by조선일보 기자
2004.08.04 21:56:32
해발 700m 평창·태백 등 피서지로 각광
[조선일보 제공] 10년만의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서·남해안은 피서 인파로 미어터진다. 그럼 어디로 갈까. ‘해피 700’이 답중의 하나다.
◆‘해피 700’을 아시나요?
‘해피 700’이란 해발 700m 가 사람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고도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해발 700m 대에서는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의 증가로 저지대보다 1~2시간 적게 자도 충분한 수면 효과가 있고, 혈액 순환이 활발해져 피로회복 속도도 2~3시간 빠르다고 한다. 세종대 윤성원 교수는 “한국지형 2만 곳을 조사한 결과 고기압과 저기압의 접경 높이인 해발700m는 기압의 변화가 가장 적어 인체에 가장 적합한 기압상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해발고도 650~700m에 사람들이 모여사는 대표적인 거주지는 강원도 평창과 태백이다. 이에 평창군에서는 최근 ‘해피 700 평창’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체기능을 활성화시켜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는 해발 700m의 환경적 조건을 적극 활용한 웰니스 타운(Wellness Town)과 실버타운(Silver Town)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 밖에 강원도 산간지역의 해발 700m 넘는 높은 산 중턱도 사람이 살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21년차 산악전문 안중국 기자가 추천하는 행복한 피서지
‘해피 700’이 웰빙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평창강변에는 국내 펜션 전체의 40%가 몰려있고, 성수기인 8월 15일 전까지는 방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해발 700m의 고지대는 여름철에도 무덥지 않고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한결 쾌적할 뿐 아니라, 해가 저물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머무는 것 자체로 피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달 31일 부터 2박 3일간 여름 휴가로 평창군 내 대관령 목장을 다녀온 21년차 산악전문기자인 월간 ‘산’ 안중국 기자는 “대관령 목장에서 초원 드라이브를 하고, 차로 해발 1430m인 소황병산 정상까지도 올라가 선선한 바람을 쐬며 낮잠을 자다가 30분 거리에 있는 강릉 경포대에 가서 물놀이 하고 저녁엔 다시 해발 700m에 위치한 숙소에서 잤다”며 “내가 알기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발 700m에 위치한 구 영동 고속도로의 옛 대관령 휴게소 터는 여름이 되면 열대야를 피해 돗자리를 깔거나 텐트를 치고 누워 잠을 청하는 인근 주민들로 진풍경을 이루기도 한다. 안 기자는 “산 중턱의 깊은 계곡 외딴 곳에 지어진 별장도 알고보면 많다”며 “앞으로 700m 고지대의 경지 좋은 곳들에는 부유층들의 별장촌이 형성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안 기자는 또 “강원도 태백의 경우 도시 자체가 해발 700m에 가까워 여름에도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불을 때는 집이 많을 정도”라며 “이곳 사람들은 여름에 다른곳엔 더워서 못간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이 되면 태백의 모든 여관들은 피서객들로 꽉찬다”며 “낮에는 주로 인근 삼척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저녁에는 태백으로 와서 잠을 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기자는 “올 여름엔 대관령목장, 오대산 월정사, 운두령 등 해발 700m의 고지대 명소 탐방과 차디찬 금당계곡 물놀이로 더위를 잊어보는 게 가장 행복한 선택일 것”이라며 “해발 700m가 넘는 높은 산 중턱 계곡에 텐트를 치고 자도 좋다”고 말했다.
▲안중국 기자가 추천하는 ‘해피 700’ 2박3일 코스
첫날은 조금 일찍 출발, 저물기 전에 대관령 목장을 찾아간다. ‘가을동화’, ‘연애소설’ 등 대관령목장의 여러 영화 촬영 명소를 돌아보다가 노을 구경까지 마치고 빠져나온다. 아니면 해발 1430m나 되는 소황병산 정상까지도 한 번 모험 드라이브를 해본다. 서울이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시달릴 때도 이곳 소황병산 정상의 기온은 15도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저녁에는 쌀쌀하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막영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둘째날은 금당산 산행부터 한 뒤 후끈해진 몸을 금당계곡 물에 담그어 식힌다. 흥정계곡부터 뇌운계곡에 이르기까지 곳곳마다 물놀이터다. 래프팅도 한 번 해보도록 한다. 셋째날은 월정사의 전나무숲을 탐승한 뒤 피서 차량으로 막히기 전에 일찌감치, 귀갓길에 오른다. 피서철에 3일 휴가가 좀 짧고 미진할 것 같으면 하루 더 묵으면서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을 다녀온다. 피서철 경포대는 구 영동고속도로로 오가는 것이 한결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