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3.09.26 21:28:52
`비자금 150억` 첫 공판
[조선일보 제공]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돼 26일 첫 공판이 열린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나는 현대로부터 어떠한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서울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상균·金庠均)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박씨는 “2000년 4월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금강산 카지노와 면세점 허가 청탁과 함께 이익치씨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 어치를 받지 않았느냐”는 검찰 신문에 대해 “정 회장으로부터 어떠한 청탁이나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2000년 7월 정 회장이 카지노와 면세점에 대해 문의해와 카지노는 허가가 불가능하고 면세점은 문화관광부 소관이 아니라고 말해 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돈 세탁을 맡겼던 김영완씨에게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푸념하면서 수십차례 걸쳐 30억원 가량을 받아 썼는데 비자금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박씨는 “언론사 간부들이나 기자들을 일주일에 4~5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김씨는 진술서에서 ‘박씨로부터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뒤 부장은 500만원, 차장은 300만원씩 든 봉투를 주고 한번 회식에 5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적고 있다”고 묻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또 “언론사 간부들과 회식비는 어떻게 조달했나”고 하자 박씨는 “판공비와 웃분들한테 받았다”고 답했지만 ‘웃분’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박씨에게 “김씨에게 맡긴 비자금은 퇴임 뒤 광주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선거자금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퇴임 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모시고 외국에 나가 조용히 살려고 했다. 비서실장 시절에도 성묘를 위해 고향에 하루 다녀왔을 뿐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