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경위 임용? 안돼"…야당서 또 꺼내든 경찰대 개혁

by이영민 기자
2024.08.13 13:12:37

경찰 중간 간부제도 개혁 토론회
경찰대 졸업생 특혜·로스쿨행 논란
"경찰대도 임용 전 시험제도 마련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또다시 경찰대 개혁 문제를 꺼내 들었다. 경찰대 졸업생이 자동으로 경위(간부급 직위)로 임관하는 것은 특혜기 때문에 이를 고쳐야 한다는 게 논의의 골자다. 더욱이 경찰대는 최근 중도 이탈자마저 늘고 있어 경찰 간부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13일 경찰·소방 중간 간부제도 개혁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는 13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주관으로 ‘경찰·소방 중간 간부제도 개혁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경찰대 졸업생에게 적용하던 ‘자동 경위 임용’을 오늘날 경찰조직의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엘리트 경찰 간부를 키우기 위해 1981년 개교한 경찰대는 줄곧 인사 특혜를 누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대학설치법 제8조는 경찰대의 학사 학위 과정을 마친 졸업자를 경위로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현재 경찰대 학생은 졸업 후 6급 수준의 공무원인 경위에 임용되고 있다. 일반 순경은 근속 승진할 경우 경위가 되기까지 최소 15년 6개월이 걸린다.

이날 발제자인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1980년대와 달리 순경 입직자 중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가 90%에 달하고 일반대학에 설치된 4년제 경찰 관련 학과도 40여개이다”며 “일반대학에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데 더이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대 설치 후 40년이 흐른 지금 간부 중 경찰대 출신 비율이 높아지면서 경찰인사에 난맥이 초래된 점도 개혁의 필요성을 높인다”고 했다.

국가지원을 받은 경찰대 출신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도 개혁의 근거로 제시됐다. 2022년 기준 경찰대 재학생들은 졸업 후 6년간 경찰로 의무복무하는 조건으로 4년 치 학비, 1392만 8260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복무기간을 채우기 전 학비를 상환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찰대 출신이 늘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생은 92명으로 전체 합격생의 4.3%를 차지했다.



토론자들은 경찰대 출신도 경위 임용 전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 30년간 경찰대 출신과의 경쟁에서 공채 출신들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세무대 등 공직 임용 혜택을 주던 특수대학이 없어진 것을 교훈 삼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졸업 후 소위(7급 공무원 수준의 직급)에 임용되는 사관학교와 달리 경찰대 졸업생은 경위에 임용된다”며 “(경찰대는) 의무복무기간 중 중도이탈 가능성도 커서 개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경찰대는 학비를 상환하면 중도이탈이 가능한 반면 사관학교는 5년 조기 퇴직을 신청하지 않는 한 10년 동안 군에 의무복무해야 한다.

김 조사관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대 졸업자를 경위로 자동 보임하던 규정을 삭제하고 지정된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경위에) 임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경찰 내에는 이미 경위 일반경쟁채용시험이 있으므로 경찰대 졸업생도 기존 시험을 치르게 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선미 의원은 이날 경찰대의 ‘자동 경위 임용’제도를 폐지하고 별도의 ‘경위 경력경쟁채용’시험을 보도록 하는 경찰공무원법과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현재 경정 이하 경찰공무원에게 1년간 적용된 시보 임용제도를 경찰대 졸업생과 경위 공개경쟁채용시험 합격생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