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 신원보호' 원칙인데…외부에 알려져도 되나요[궁즉답]
by조민정 기자
2023.05.18 15:01:13
신고 접수 즉시 ''신고자 신상 보호'' 원칙
마약 등 특정범죄 신고자는 법에 따라 보호
대법원, 전화번호 뒷자리만 알려줘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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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경찰 신고는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도 목격자, 제보자 모두 가능합니다. 신고가 들어온 순간부터 경찰은 누구든지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며 수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신고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피의자가 앙심을 품고 보복할 가능성이 있고, 신변보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신고자 신원보호는 ‘기본’으로,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경기 김포에서 30대 남성 A씨가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장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가방 안에서 엑스터시 30여 정을 압수하고, A씨에 대한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시행해 양성 반응을 확인했지만, 신고자의 신원 보호엔 실패했습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범죄신고자법)에 따르면 △살인·존속살인 △강간·강제추행 등 △강도 △마약 등 특정범죄에 대해선 국민이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범죄신고자 등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해당 법 8조에선 이 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는 범죄신고자라는 정황을 알면서 인적 사항 또는 범죄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신고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거나 종종 누설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경찰이 아닌 지인 등을 통해 신고자 신상이 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2월엔 성범죄 수사 담당 경찰관이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찰관이 “수사 관행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자 피해자는 해당 경찰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성폭력특례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고자의 휴대전화 뒷번호를 피신고자에게 알려준 경찰은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2012년 3월 “사무실에서 도박하는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는데, 단속된 이들 중 한 명이 담당 지구대 경찰관에게 신고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법원은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 4자리만으로도 사용자가 누구인지 식별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신고자들은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등을 할 수 있지만, 일단 자신의 신원이 알려진 이상 보복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이들에 대한 각별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9월 광주광역시 동구에선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50대 남성 B씨의 눈을 수차례 때려 실명하게 한 60대 남성이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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