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사교육 억제 효과 '글쎄..'

by박보희 기자
2014.04.09 16:02:46

"학교에서 대입 선행학습 못하면 학원으로 갈 것"
교사 2명 중 1명 "선행학습 금지 사교육비 감소 효과 없을 것"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교육부의 선행학습 금지법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받을 수 없게 된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교육부는 9일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고3 교과목 편성 방식은 현행 ‘학기 단위’에서 ‘학년 단위’로 변경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에 고3 수업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도 마찬가지로 선행학습을 하면 학교운영비 삭감 등 제재가 내려진다.

각 대학들은 대입 논술·면접·구술 고사 등에서 고교 교육 과정 안에서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만약 이를 벗어나면 입학 정원 감출 등 조치가 취해진다. 이번 시행령은 오는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현재는 학교에서 고2 때 수능 과정을 마무리했는데 이제 불가능해졌다”며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선행학습을 하기 위해 학생들은 결국 사교육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특목고, 자사고 등 학교 내에서 선행·심화 학습을 받느라 사교육 현장으로 나오기 힘들었던 학생들이 수능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사교육 현장에서 특목고나 자사고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제 이런 학생들도 선행학습을 받으려면 학원·과외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 입장에서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사들도 2명 중 1명은 선행학습 금지법이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전국 교원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5%는 ‘선행학습 금지법 2학기 시행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또 48.2%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 답했다.

가장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일 것이란 응답이 61.1%로 나타났다. 이 법안이 학교에 안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대입 및 고입 등 입시문제의 출제범위와 관리감독 엄격 관리(30.3%), 학교현장지원 강화(예산 확대 및 인력배치 29.8%), 학원규제 강화(28.3%), 교육과정 난이도 완화(9.4%) 순으로 응답했다.

교총은 “근본 처방 없이 규제만으로 사교육 수요와 선행학습을 줄이기는 어렵다”며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대입제도 개혁을 통해 선행학습 근본 유발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