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바람 탄 강원도 산골 마을‥토지·아파트시장 ‘들썩’
by김동욱 기자
2013.11.28 13:58:14
| ▲ 지난 27일 강원 강릉시 강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최 ‘해안권 분양 투자설명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LH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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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자와는 거리가 먼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강원도다. 이 지역의 경우 시(市)급 도시 중에서도 원주(32만명)·춘천(27만명)·강릉(21만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인구 10만 미만의 작은 도시라 자체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그동안 특별한 개발 호재도 없었던 탓에 이 지역은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땅값은 물론 집값도 호가 위주로 많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 상승을 이끄는 원동력은 단연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촉발된 각종 개발 사업들이 최근 들어 속도를 내면서 강원도 일대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지난 27일 오후 강릉문화예술회관. 이날 이곳에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최로 강릉 유천지구 등 인접 토지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날 행사장에는 1000여명이 몰렸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수십명은 행사장 바깥에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설명회 내용을 경청했다. 은행 직원들도 대출 상담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행사장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 설명회장을 찾은 박완규(68)씨는 “강릉 주민의 경우 인근 교동지구의 땅값과 아파트값이 각종 개발 호재에 힘입어 많이 오른 것을 경험하다보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며 “강릉 유천지구에 나오는 땅도 입지가 워낙 뛰어나 잘 잡으면 ‘로또’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인억 LH 부사장은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던 강원도민이 이렇게 많이 몰려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그만큼 이 지역 부동산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부동산시장이 무르익고 있다. 가장 먼저 발동이 걸린 곳은 토지시장이다. 최근 LH가 강릉 유천지구에 선보인 공동주택 용지는 121대 1의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승환 LH 영동사업단장은 “강원지역에서 이렇게 높은 경쟁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파트 입지 선정에 가장 예민한 건설사들이 이렇게 몰려든 것은 그만큼 이 지역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동계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촌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릉 유천지구에서 이주자에게 공급된 단독주택지(236~310㎡)의 경우 이미 프리미엄(웃돈)이 5000만~1억원 가까이 붙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협의양도인택지(보상지구 내 토지 등 장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공급되는 토지)와 달리 이주자택지는 웃돈을 받고 넘길 수 있다.
실제 강원지역 땅값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원도 땅값은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찍었던 2008년 10월 대비 4.35%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아파트값도 춘천·원주·강릉을 중심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이 0.13% 올라 11주 연속 상승세를 탔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네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강릉과 춘천은 각각 0.32%와 0.19% 올라 전국 평균(0.07%)을 훨씬 웃돌았다.
교통 호재 등으로 이 지역 부동산시장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원주와 강릉을 잇는 KTX는 2017년 완공된다. KTX가 개통되면 서울~강릉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든다. 서울과 원주를 연결하는 제2영동고속도로와 서울과 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도 2016년에 개통된다. 서울·수도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강원도 중에서도 특히 KTX 개통을 앞둔 강릉의 개발 재료가 무궁무진하다”며 “사실상 수도권 지역으로 편입되는 셈이어서 인프라 확장에 따른 장기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