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시간제 근로자 184만명 폭증…"양질의 일자리는 부족"
by이윤화 기자
2024.12.24 11:00:00
경총 ''시간제근로자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 발표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 387만명, 10년간 90% 증가
대부분 300인 미만, 저부가가치 생계형 산업 늘어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시간제 일자리가 184만명 가량 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고용안정과 임금 등 측면에서 통상 근로자와 차이가 없는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4일 보고서 ‘지난 10년간 시간제근로자의 변화와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 서울시내 화장품 매장에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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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 규모는 387만3000명이다. 이는 2014~2023년 동안 183만8000명(90.3%)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가 96만3000명(7.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시간제 근로자의 증가 폭은 매우 크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지난해 시간제근로자의 97.2%가 300인 미만 사업체에 종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10년간 증가한 시간제 일자리의 대부분인 98.5%가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10년간 시간제 근로자 증가에 기여율이 가장 높은 것은 5~299인(65.1%)로, 해당 사업체의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해 230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증가분의 65.4%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 만들어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산업별로는 여성 종사자가 많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기여율 39.3%)이나 숙박·음식점업(13.3%) 등 저부가가치 생계형 산업에서 시간제근로자가 크게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은 정보통신업(27.3%)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 부문에서 크게 늘었다.
성별로 보면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의 70.5%는 여성이었다. 최근 노동시장에 여성 고용 자체가 크게 늘었고, 특히 시간제근로 부문에서 여성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자발적 시간제 근로를 택한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선택한 근로자 비중은 59.8%로 10년 전(47.7%)보다 12.1%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근로조건에 대한 만족’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 근로자가 많아졌는데 이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시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간의 학력 이중구조화,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의 학력별 비중은 대졸 이상이 29.8%, 고졸 이하가 70.2%로 고졸 이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의 학력별 비중(대졸 이상 64.7%, 고졸 이하 35.3%)과는 상반된 결과로 노동시장의 ‘학력별 이중구조화’를 시사한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54만5000개로 지난 10년간 3.2배 가량 증가했으나, 전체 시간제 일자리 중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1%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2014년(8.4%)과 비교해봐도 소폭 증가에 그친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 있어 통상 근로자와 차별이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증가분(37만5000개) 중 여성, 대졸 이상, 40~50대, 유배우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 및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전일제 일자리 대신 근로조건이 괜찮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 빠르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일·가정 양립이 중요한 육아기 근로자나 퇴직 이후 경제활동이 필요한 고령자에게 상당히 효과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고착화 된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시간제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원활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근로시간 유연화를 포함한 노동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