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주식 살까"…동학개미계 앞다퉈 입문

by이슬기 기자
2021.01.06 10:51:05

코스피 3000 시대 맞으며 주식투자 열풍 뜨거워
주변에서 ''돈 벌었다'' 소리 들으니 조바심도 나
전문가 "이제라도 주식투자는 바람직"
다만 "철저한 공부없인 돈날리기 십상" 주의 당부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서울에 사는 한모(61)씨는 최근 성당에 함께 다니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열패감을 느꼈다. 지인들이 주식시장 상승장에서 적게는 천만원대, 많게는 억대의 부를 늘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 한씨는 젊은 딸에게 “너는 그래도 주식을 잘 알지 않냐”며 자신의 돈을 굴려달라 종용했지만, 딸은 ‘투자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거절했다. 딸이 원망스럽고 가족이 다 뭔가 싶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던 이모(32)씨는 요즘 위화감을 느낀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나 단체 메세지방에서도 온통 주식얘기만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이제 막 공부하기 시작한 이씨는 이제 부동산도 끝물인가 싶고 주식이라도 얼른 다시 배워야 하나 고민스럽다. 이씨는 서점에 가서 주식 투자책부터 일단 사 보기로 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기면서 투자 열기는 부쩍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제라도 상승장을 놓쳐선 안된다는 조바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증권가에선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 상황에서 이제라도 상승장에 올라타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다만 향후 지수가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철저한 공부 후에 투자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68조 2873억원을 기록했다. 하루만에 2조 7646억원이 증가했다. 심지어 이는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인데, 그만큼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빚까지 끌어서 투자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하루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며 전 거래일보다 1309억원 증가한 19조 35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신용거래융자가 9조 2133억원에 불과했단 점을 감안하면 일 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6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장 한때 3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어선 건 사상 최초다.(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데이터는 주변의 분위기로 증명된다. 요즘 주식투자를 안 한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회사원 전모(33)씨는 출근하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부터 본다. 주식이 오를 것 같으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 내릴 것 같으면 곱버스(인버스 2배) ETF를 산다. 포지션은 매일 청산이 원칙이다. 주변 사람들과 점심을 먹는 짧은 시간에도 MTS에 눈을 떼지 못해 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전씨는 “가만히 있으면 금융자산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일 확인하곤 한다”며 “열심히 일해서 버는 하루 일당보다 큰 수익을 거두는 때도 있어 없는 돈이다 생각하고 주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주식투자에 올라타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데다 부동산 투자는 각종 규제에 막혀 있어 수익을 내기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주식은 부동산보다 적은 규모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고, 현재로선 제도권 내 거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 때의 불장난’ 정도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조언이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공부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주식이 돈넣고 돈 먹는 게임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주식투자라는 건 원래 기업의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행위”라며 “성장할 기업이 무엇인지를 가려내 투자를 해서 수익을 높여야 하지 주가 방향성을 맞춘다는 감각으로 접근하면 돈 날리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금리가 하도 낮은 데다 부동산은 투자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서 30대에겐 주식 이외의 재테크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신중히 투자할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주식에 올라타는 게 좋다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투자자들의 당장 관심은 지수가 더 오를지 여부다. 증권가에선 증시가 쉼 없이 오른 만큼 당분간 변동성에 시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상승 추세는 변치 않지만 단기적으론 노이즈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 지수는 9주 이상 연속 상승 이후 잠깐 쉬었다 갈 경우 그 뒤에 강한 2차 상승추세가 전개됐고, 단기 조정 없이 계속 급등할 경우 상승 추세가 하락 추세로 반전하곤 했다”면서 “현재 코스피는 쉬어야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