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투쟁’ 대명사 현대차 노조, 임금인상 자제하나…“일자리 지키자”
by이소현 기자
2020.04.17 13:14:15
노조 소식지 통해 ‘독일 위기협약’ 내용 소개
"노조는 임금인상 자제, 기업은 고용 보장"
|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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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노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무후무한 고용 대란 앞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는 독일 노사의 위기협약에서 주목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로 “세계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수출시장 붕괴로 인한 현대차의 유동성 위기를 전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로 회사가 생존 위기에 놓이자 노조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메이커가 몰려 있는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 간에 맺은 위기협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용보장의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언을 한 것이다.
임금협상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시기인 만큼 해외 사례를 통해 노조원들에 올해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받는데 힘쓰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실리·중도’를 표방하는 새 집행부의 출범으로 강경 투쟁 중심의 이전 노조와 달리 노조원 전체의 실익과 고용 안정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소식지를 통해 소개한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내용을 보면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 간에 맺은 위기협약의 내용은 기업은 고용보장을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게 주된 골자다.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는 올해 3월 31일 자로 만료되는 임금협약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즉 올해는 임금 동결을 하겠다는 의미다.
대신 독일 노사는 코로나19 사태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은 연간 특별상여금인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12개월로 나눠 분할 지급한다. 또 연대기금을 조성하기로 해 사용자는 자기 사업장 노동자 1인당 350유로(약 46만원)씩 기금을 적립한다. 해당 기금은 사업장별 단체협약에 근거해 조업단축으로 인해 생계 타격을 입은 노동자에게 우선 지원한다. 이처럼 독일 노사는 특별상여금 분할지급과 연대기금 조성을 통해 조업단축과 임금동결로 손해 보는 임금의 약 80%를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독일 노사가 보여준 위기 극복 방향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사용자는 고용을 보장하고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 지키기라는 대명제 앞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노사정간의 상생협력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현지 판매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는 등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 이달 13∼17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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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강성 노조, 강경 투쟁의 대명사였던 현대차 노조가 이처럼 스스로 ‘임금인상 자제’와 ‘고용보장’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이 심각해서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현대차 3월 판매량은 30만80503대(국내 7만2180대, 해외 23만6323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9% 줄었다. 감소폭으로만 보면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월(-26.7%) 이후 최대치다. 신차효과와 개소세 70% 인하 효과 등으로 내수는 3%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는 26.2%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본격 진입하면서 현대차의 미국, 유럽, 인도, 브라질 등 거의 모든 권역 본부의 공장이 ‘셧다운(일시폐쇄)’ 상태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도출했다. 비상 대응을 넘어 협력사를 위한 임금교섭 기간 단축과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까지 결의했다.
아울러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시기를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4일 소식지를 통해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회사의 영업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며 “2020년도 임금협상에 악재가 많아 노조가 성과를 내기 불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협상을 당장 진행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며 “모든 지혜를 모아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협상시기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기획실을 중심으로 위원회와 사업부별 안건을 신청받아 확대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임금협상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이달 말 경영설명회를, 노사협의회는 다음 달 초나 중순경으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