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아파트는 싫다"…건폐율 낮은 단지에 프리미엄

by권소현 기자
2018.06.18 11:12:25

건폐율 20% 미만 단지, 녹지 및 휴게공간 풍부
넓은 동간 거리 확보 가능…사생활보호·채광 통풍 우수

힐스테이트 학익 조감도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초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을 기다려온 예비청약자들은 건폐율과 용적률이 공개되자 고민에 빠졌다. 인근 집값에 비해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것이란 전망에 ‘로또’로 꼽혔지만 용적률과 건폐율이 각각 336%, 28%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실제 거주하기에는 쾌적성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인근 개포지구의 재건축 아파트들의 용적률과 건폐율이 각각 250%, 20%를 밑돌았던 데 비하면 상당히 빡빡하게 건물이 들어서는 셈이다. 자칫 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 가구에 당첨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서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건폐율이 낮은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보다는 건폐율이 낮아 동간 간격이 넓고 그만큼 녹지율과 휴식공간이 풍부한 아파트가 시세도 높게 형성돼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예비청약자들이 건폐율을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18일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보면 건폐율 21%인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텐즈힐 1구역’의 경우 6월 현재 전용 84㎡가 10억 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는 단지 바로 맞은편에 있는 건폐율 34%인 ‘텐즈힐 2구역’의 같은 주택형 시세 9억 5000만원 보다 7000만원 가량 더 높은 것이다.

하왕십리동의 S공인 관계자는 “텐즈힐 1구역의 경우 건폐율이 낮다 보니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동간 거리도 넓다”며 “실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더 높아 집값도 상대적으로 더 높게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도 9%대의 건폐율이 적용된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 전용 84㎡는 입주가 3년 늦은 바로 옆 단지인 ‘송도국제도시 베르디움 더퍼스트’ 같은 주택형 보다 3000만원 가량 시세가 높게 형성 돼 있다.

건폐율은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물의 바닥면적이 차지하는 비율로 건폐율이 낮을 수록 조경이나 공원, 휴게시설 등 다양한 녹지공간과 부대시설을 만들 수 있어 단지 내 쾌적성이 높고 개방감과 일조권도 우수하다.



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아파트가 주로 지어지는 제 3종 일반주거지역의 건폐율을 5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 건폐율이 20% 수준이면 주거환

상반기 분양시장에서도 건폐율을 낮춰 주거 쾌적성을 높인 단지들이 속속 등장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다.

현대건설이 6월, 인천시 남구 용현·학익7블록 A1에서 분양 하는 ‘힐스테이트 학익’은 13%대의 낮은 건폐율이 적용된다. 단지 중앙에는 쾌적한 잔디마당이 조성되며, 자연형 수경시설,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집과 연계한 유아놀이터, 주민운동시설, 테마정원 등 입주민 휴게시설이 단지 곳곳에 배치된다.

HDC 현대산업개발이 같은 달 경기도 여주시 현암동 일대에서 선보이는 ‘여주 아이파크’도 건폐율이 14%대로 낮다. 단지 중앙부에 잔디마당, 어린이 놀이터, 주민운동시설 등 다채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되며, 널찍한 동간 배치와 통경축, 필로티 계획으로 단지의 개방감을 높였다.

이달 두산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동백동 일대에서 분양하는 ‘신동백 두산위브더제니스’, 영무건설이 대구시 국가산업단지 A8블록에 짓는 ‘대구국가산단 영무 예다움’도 14%대의 낮은 건폐율을 자랑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 집을 마련할 때 수요자들은 일반적으로 입지나 평면 등에만 신경을 쓰고 있고 건폐율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건폐율은 단지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항인 만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