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민 기자
2013.10.22 16:00:20
중·러·인, 삼각공조 긴밀해져
러시아·인도 총리, 베이징 방문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최근 재정문제 등으로 국제 사회에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G2(주요 2개국)의 한 축인 중국이 아시아 장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인도·중국)’ 국가중에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인접국가의 ‘미니 브릭스’ 삼각편대가 꾸려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중심의 ‘미니 브릭스’ 삼각편대 본격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 23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22일 발표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 제18차 중·러 총리회담을 갖는다. 이는 리 총리가 취임한 이후 첫 양국 총리회담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리 총리와의 회담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과도 만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도 같은 날 중국을 찾는다. 싱 총리는 22~24일 중국을 공식 방문해 양국 경제협력을 논의할 방침이다.
싱 총리는 시 국가주석, 리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위원장 등을 만나 중국과 인도간 국경분쟁 해소와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방안을 논의한다.
리 총리는 지난 5월 인도를 방문한 바 있으며 1년 안에 양국 총리가 상대국을 각각 방문하는 것은 1954년이후 처음이다.
또 다른 주변국인 알탕호약 몽골총리도 이날 중국을 방문했다. 3개국 총리가 동시에 중국을 찾자 4자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 언론들은 각국 총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으리라고 보도했다.
◇中·러·印, ‘에너지·무역·국경분쟁’ 등 실질문제 해법 모색
거대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등 에너지 협력과 무역, 투자 등 경제 부문에 대해 포괄적 협력체계를 강화할 전망이다. 또 정보기술(IT)이나 항공우주 관련 기술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중국 국영업체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이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동시베리아 유전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만큼 에너지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탄화수소 원료를 육로로 운송하고 원자력 분야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에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협력에 나선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국의 투자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대(對)러시아 투자규모는 중국 전체 대외 투자규모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러시아 역시 해마다 중국에 약 3000만달러(약 318억1500만원)를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이 투자받고 있는 규모의 0.1%에 해당해 사실상 미미한 편이다.
리둥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소속 러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양국 총리가 만나는 것”이라며 “당시 체결한 내용에 대해 실질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도 총리 방문에 대해서는 국경 문제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두 나라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을 치르는 등 아직 국경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는 이번 중국 방문기간에 법적 전문가를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련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은 지난 5월 리 총리가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이후 수개월에 걸쳐 추진됐다.
스리나스 라가반 인도 역사학자는 “이번 합의로 인도와 중국간 영토나 국경에 대한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단계에 착수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