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운용사, `재간접 역외펀드 규제` 당혹

by김유정 기자
2009.03.05 16:38:30

`재간접 역외 해외펀드` 상품계획 전면 재검토
"대형 토종운용사와 경쟁 어려울 것" 우려감 높아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국내 토종회사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기대가 컸는데..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진 상황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재간접펀드` 형태로 역외 해외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파는 것을 규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증시침체로 해외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데다 올연말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재간접 역외펀드 수입 규제`까지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상품출시와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자통법) 시행령에 담긴 `외화자산으로 해외에서 운용하는 펀드는 100%까지 재간접 펀드로 편입할 수 있다`는 규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시행령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 시행령에서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는 같은 자산운용사 펀드를 50% 이상 편입할 수 없고, 같은 펀드를 20% 이상 넣지 못하도록 했다.

역외펀드를 재간접펀드에 100% 편입시키는 경우 사실상 별도의 적격성 심사를 받지않고 해외위탁운용을 하게되는 셈이다. 쉽게 말해 해외 자산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역외펀드(off-shore fund)를 `수입`해서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 개별 펀드의 외화표시 기준가에 대해 환헤지를 한 원화 기준의 별도의 클래스(KRW hedged share class)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행령에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것은 역내 해외펀드 비과세가 연내 폐지될 예정이란 점이 크게 작용한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데다 비과세 마저 폐지될 경우 해외펀드에 대한 매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어 해외펀드를 주로 판매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받는 타격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행령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해외펀드에 있어서 만큼은 국내 토종 회사들과 확실한 격차를 벌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있는 외국계 운용사들은 국내사보다 좋은 역외펀드를 가져와 판매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 반면 국내 토종 자산운용사들이 이같은 재간접 역외펀드를 판매하려면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두고있지 않은 해외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는 등 훨씬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진다.
 
이 시행령이 허용될 경우 해외 운용사가 국내에 법인을 두거나 합작 계약을 맺는 등 방법을 거치지 않아도 판매계약만 맺으면 얼마든지 해외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팔 수 있는 셈이다. 즉 회사 차원에서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국내에 이미 들어와있는 해외운용사들의 철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다수의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작년 연말부터 재간접 역외펀드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오고 있었다.

외국계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과세가 폐지되는데 대한 대안으로 재간접 해외역외펀드 유형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며 "당장 상품을 출시할 시장환경이 아닌데다 환율도 좋지 않아 빠르게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시장이 개선되면 출시해보자는 차원의 논의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역외펀드를 100% 재간접으로 편입시킬 경우 기존처럼 달러나 엔화 등 해외통화가 아니라 원화클래스로 변환이 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해외펀드 투자가 훨씬 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국계 B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재간접 역외펀드 출시를 고려중이었다"며 이번 금융감독당국의 방침에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내사 대비 외국계 회사로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재간접 역외펀드 시행령에 거는 기대가 컸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고민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앞으로 국내 대형자산운용사들과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한숨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운용중인 펀드 중 좋은 상품이 있다면 큰 비용이나 복잡한 절차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앞으로 국내 대형운용사들과 경쟁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국계 회사들은 실망감은 크지만 기존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들이 자통법 이후 추가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데는 다소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국내에 설정한 역내펀드(on-shore) 형태나 역외펀드 형태로 해외펀드를 판매해온 만큼 기존 비즈니스에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