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우 기자
2004.07.30 18:44:00
[edaily 이진우기자] 석유값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 여름이라 보일러 땔 일이 없으니 큰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고, 자가용 유지비가 또 올라가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석유값 급등은 모든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름값이 자꾸 오르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산업생산은 둔화되기 마련. 일본의 6월 산업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에는 지속되는 고유가가 한몫을 했다. 엔화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도 요즘 덩달아 하락하는 중이다.
오늘 달러/원 환율이 급등해서 두달만에 1170원대로 진입한 것은 그래서 주목할만하다. 환율 역시 하루하루 등락은 수급에 의존하지만 요즘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이유에 따른 엔약세 때문이다.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는 엔화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인 미국의 경기 둔화 여부도 고유가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집 없이는 살아도 자동차 없이는 못산다는 미국 소비자들은 휘발유 값이 오르면 휴대폰이나 컴퓨터 구입을 미루거나 싼 제품을 찾게 된다. 미국증시에도 좋을 일이 없지만 미국에 수출해야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는 더 심각한 악재다.
오늘 거래소와 코스닥은 오랫만에 동반 상승하며 모처럼 편안한 주말을 보낼 수 있게 해줬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의 상당부분을 반납하게 한 것은 유가가 시장외 거래에서 사상최고치를 또 경신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다음주 증시 역시 사상최고 수준의 유가라는 악재를 안고 싸워야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곡소리가 나면 그때가 바닥"이라는 주식시장의 경험칙이 작용한 때문일까. 코스닥이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차라리 코스닥 시장을 없애자는 극단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오랜만에 159억원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사들였다.
반등폭은 미미하기 짝이 없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아직 주식을 살때가 아니라는, 바닥을 확인해야 한다는 쪽이 강하다.
채권값은 장마감 직전에 급등했다. 국채선물이 장마감을 앞두고 크게 오른 것이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채권값은 요즘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일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콜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의 가치가 높아진다. 최소한 이런 분위기에서 금리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는 중이다. `내수침체→부동산값 하락→장기불황→콜금리인하` 라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채권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 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