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레이더로 항해사 없이 파도 헤쳐…울산 ‘해양누리호’ 타보니[르포]
by권효중 기자
2024.09.11 11:00:00
KRISO 울산 자율운항 성능실증센터 방문
세계 유일한 성능실증센터, 지난해부터 '해양누리호' 운영
눈 대신 카메라·레이더, 실시간 정보수집 가능
인근 울산항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미래화 '박차'
[울산=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울산 방어진항 인근에서 세계에서 유일한 자율운항 성능실증센터를 운영하며 연구를 위한 시험선인 ‘해양누리호’를 바다에 띄우고 있다. 지난 10일 해양누리호에 직접 올라보니, 인간 항해사의 눈을 대신하는 10여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장치가 바다 곳곳을 살피며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 지난 10일 울산 방어진항에 ‘해양누리호’가 서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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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사업으로 2020년부터 자율운항선박(MASS)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6년간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기술인 지능항해시스템 구축, 운용기술과 표준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기준 ‘레벨 3’에 해당하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 제어가 가능한 기술 개발이 목표다.
MASS 실증연구센터는 지난 2022년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센터는 세계에서 유일한 육·해상 테스트베드를 갖추고 각종 MASS 관련 기술을 연구한다. 직접 둘러본 센터는 전통적인 선박 연구소라기보다는 커다란 모니터와 서버실을 갖춘 IT 연구소와 더 닮은 모습이었다. MASS 원격운용실에서는 선박의 자율운항 상황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MASS 시험해역 운용실에서는 해양누리호를 육안으로 보면서 모니터에 띄워진 시험해역 내의 운항 경로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임근태 MASS 실증연구센터장은 “지난해부터 해양누리호를 바다에 띄워 실제 해역에서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며 “운항·실증 데이터를 확보해 국제 공인 시험기관으로 성장하는 것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센터 관계자 역시 “실험을 거쳐 데이터가 축적되면 일본이나 노르웨이 등을 능가하는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 인근의 방어진항은 해양누리호가 바다에 나서는 기점이다. 약 26.5m의 길이에 돌고래를 닮은 작은 배로 최대 20명까지만 승선할 수 있는 크기지만, 조타실과 연구실·회의실을 갖추고 있어 실험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돛대 역할을 하는 마스트에는 각종 카메라와 레이더·라이다 장치가 빼곡히 달려 있고, 창문이 없는 내부에서도 바깥의 상황을 살필 수 있도록 6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작은 배인만큼 방파제를 나가자 파도의 울렁거림이 느껴졌지만, 내부 모니터를 보면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주변 물체를 식별한 정보가 녹색, 청색 등으로 구분돼 나오고, 식별이 어려운 물체는 카메라로 찍어 저장한 후 해양누리호의 서버가 딥러닝해 식별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직까지는 짧은 시운전에 불과하지만, 항해 정보가 쌓일수록 ‘완전 자율운항’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자율운항 외에도 울산항에서는 선박 기술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기존 연료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 특화 항만으로 발전하기 위한 ‘에너지허브 1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항에서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그린메탄올 1000t 공급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벙커링 사업도 준비중이다. 아파트 9~10층 높이의 거대한 연료 탱크들은 향후 LNG뿐만이 아닌 메탄올, 그린암모니아 등까지 수입하는 거점 항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SK가스·한국석유공사 합작법인인 KET(코리아에너지터미널)의 정진철 부사장은 “그간 울산은 공업도시라는 이미지에도 불구, LNG 전용 터미널이 없었다”며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의미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안벽식 부두·벙커링 부두 등으로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