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병서 기자
2023.11.16 11:05:22
직장갑질119, ‘새내기 알바러 위한 노동법 10계명’ 소개
‘해고되도 사직서 쓰면 구제 어려워’ 등
“사용자와 나눈 근로조건, 문자·카톡으로 기록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 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한 ‘노동법 10계명’을 소개했다.
직장갑질119가 16일 소개한 ‘새내기 알바러를 위한 노동법 10계명’으로는 △근로계약서 쓰고 꼭 한 부는 챙겨두기 △혹시 모르니 채용공고 화면은 캡쳐해서 보관하기 △2023년 최저 시급은 9620원·2024년은 9860원 △15시간 이상 일하면 4대 보험 가입 의무 △출퇴근 시간·추가근무 시간은 따로 기록해 두기 △급여 받을 때 임금명세서도 꼭 같이 받아두기 △주 15시간 일하는데 개근했다면 주휴수당 받기 △괴롭힘은 증거싸움·녹음하고 기록하기 △사직서 작성은 신중하게 △강제노동은 불법·퇴직금은 14일 이내 등이 있다.
먼저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모든 근로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근로계약서를 꼽았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고 노동자에게 ‘교부’하도록 돼 있다. 사장이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으면 고용노동청에 신고를 할 수 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근로계약서 안에는 근무장소, 업무내용, 근로계약 기간과 근로시간, 급여와 수당, 임금을 지급하는 주기와 방법, 근무일과 휴일, 휴게시간, 유급휴가 등의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을 상대로 근로계약서에 ‘이상한 조건’을 추가하는 사장들이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업무상 실수를 하면 배상액을 얼마 물어야 한다거나, 마음대로 퇴사해서 사장에게 손해를 끼치면 위약금을 줘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렇게 배상액을 미리 정해 놓는 내용은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어도 지킬 필요가 없으며, 그 외 시급을 조금 높여주는 대신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처럼 법으로 강제하는 사항을 위반한 근로계약 역시 무효라는 것이다.
일부 업장에서는 수습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1년 미만 계약을 체결했거나 운송·청소·경비·가사·농림·어업 직종 등의 단순노무직 노동자의 경우 수습기간에도 임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단순노무직 외의 직종에서 1년 이상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라도 최대 3개월까지만 최저임금의 90% 이상의 범위를 내에서 급여를 낮춰 지급할 수 있다. 사장이 ‘일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고 수습기간을 무한정 늘리고 그 기간 급여를 마음대로 낮춰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장의 강요나 합의로 4대 보험 미가입 서약서 등을 작성했다고 해도 해당 서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은 예외 없이 모든 노동자가 의무 가입 대상이며, 고용보험은 주말 아르바이트처럼 주 15시간 이하(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로 일하는 경우에도 3개월 이상 계속 일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주 15시간(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경우 의무 가입 대상이다.
또한 근로시간을 놓고는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출퇴근 시 사용한 교통카드 기록도 이후 사장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거나 임금 체불 진정을 넣을 경우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조기 출근 지시 증거를 확보해 두거나, 출퇴근 시간은 직접 별도로 기록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시 괴롭힘을 당할 경우 신고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사장이나 사장 친인척이 괴롭히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민원신청 코너에 들어가 진정을 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 금지 및 예방에 관한 규정은 상시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직장 내 성희롱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진정이 가능하다.
아르바이트를 스스로 원해서 그만두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직서 제출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해고와 사직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고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자르는 것이고, 사직은 스스로 그만두는 의미다. 따라서 사직서를 제출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할 수 없고, 해고예고수당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해 말로는 해고를 한다고 하고, 절차상 필요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하는 사용자들도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또 쌍방이 합의한 권고사직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고용보험 상실 코드가 23번으로 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직장갑질119 소속 김도하 노무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해 기본적인 근로조건과 계약형태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추후 임금 체불이나 부당해고 사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런 경우 채용공고를 캡쳐해 두거나 사업주와 근로조건에 대해 자연스럽게 문자, 카톡 등을 하며 기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