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종성 기자
2020.09.10 11:52:36
한국의 선각자를 찾아서
이상도|432쪽|씽크스마트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국적과 이름은 올림픽 역사에서 아직도 일본 국적(JPN)의 ‘기테이 손’이다.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도 일본 국적의 ‘쇼류 난’으로 남아 있다. 과거 기록을 바꿀 수 없다는 IOC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손기정은 ‘기테이 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손기정 동상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청동 투구를 들고 있지만, 웃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손기정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준 ‘조선인 마라토너’다.
서울에 있는 21개 동상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와 정치, 문화를 다시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기자 출신의 저자는 수 차례 직접 수 차례 동상을 찾아다니며 그 사람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지금 우리에게 남긴 건 무엇인지 꼼꼼히 추적했다. 또 동상을 만든 조각가, 서예가, 작가 등 당대의 예술가들이 어떤 계기로 동상 제작에 참여했는지 살피며 동상과의 관계를 따졌다.
서재필부터 안중근, 유관순, 한용운, 이승만 박정희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21명의 실존 인물들은 개인적 면모를 보면 흠이 있거나 비판받을 수 있지만, 민주공화국의 탄생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모두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공로자들이라고 책은 평가했다. 저자는 “1948년 대한민국 탄생을 기점으로 그 당시 인물들과 그 정신을 물려받은 지금의 국민들이 이룬 성과를 볼 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부정적으로 볼 나라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전제군주론에 입각해 다시 왕을 세우려 했던 보황주의, 복벽주의에 갇혀 있던 사고의 한계를 넘어 민주공화정 국가를 세운 위인들의 업적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상의 외형적 묘사뿐 아니라 동상 제작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을 함께 녹여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동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든 민주공화정에 대한 자부심을 되살리고, 역사의 균형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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