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악용 환치기로 서울서 부동산 투기한 중국인 덜미

by한광범 기자
2021.04.27 12:00:00

서울 아파트 불법취득 외국인 61명 무더기 적발
형사처벌·과태료 대상…아파트 소유권 그대로
37명 추가수사 진행…10개 환치기 조직도 추적

서울 마포·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7일 관세청은 최근 3년간 범죄자금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아파트 취득 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구입한 아파트는 총 55채이고 구입금액은 840억원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9명, 호주 2명 순이었다. 매수 지역은 강남구가 13건(취득금액 3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영등포구 6건(46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송파구 4건(57억원) △마포구 4건(49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이들 중 A씨를 포함한 17명은 수출입 물품 가격을 조작해 관세를 포탈한 자금을 이용하거나, 환치기 수법으로 자금을 국내로 반입해 아파트를 매수했다. 이들이 구입한 아파트는 17채, 구입금액은 176억원 상당이었다.

한국에서 운영하는 무역회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에서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B씨는 지난해 2월 중국에 마스크와 방호복을 수출하고 받은 20억원 상당의 대금을 세관에 3억원으로 축소 신고했다. 그는 탈루한 자금을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한국에서 7억 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취득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수출입 가격을 조작해 관세 등을 포탈한 경우엔 세액 추징 외에도 포탈세액 규모에 따라 검찰 고발이나 통고처분을 했다. 환치기를 이용한 송금액이 25억원을 초과할 경우엔 형사처벌이 되고 그 이하는 과태료만 부과받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다른 44명은 아파트를 구입 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신고하게 돼 있는 아파트 소재지, 취득금액·취득사유 등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국내에서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체류기간도 길지 않은 비거주자인 이들이 구입한 아파트는 총 39채, 취득가액은 664억원 상당이었다.

관세청은 이들 중 아파트 구입자금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검찰에 송치하고 10억원 이하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시행령은 10억원 초과한 부동산 구입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징역 1년 이하나 벌금 1억원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0억원 이하 미신고에 대해선 최대 4%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들은 모두 구입한 아파트의 소유권엔 변동이 없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대상”이라며 “아파트 몰수나 소유권리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일부 외국인들이 불법자금을 반입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말부터 국토교통부와 공조해 수사를 진행했다.

최근 3년간 서울 지역 시가 5억원이 넘는 아파트 매수자 중 매수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명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외화송금내역 분석,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번 불법행위를 적발했고, 37명에 대해선 같은 혐의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세청은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가상화폐를 사용한 신종 환치기 조직 10개를 포착하고 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의 환치기로 입출금 금액합계만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전성배 서울세관 외환조사총괄과장은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해외 자금을 반입하는 통로를 차단하고 무역을 악용해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이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단속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