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인단 "이윤택 구속해야..피해자 회유·고소취하 종용"(종합)

by노희준 기자
2018.03.22 12:46:29

이윤택 전 예술감독 피해자들 공동변호인단 기자회견
"피해자들, 대인기피·자해행위도"
추가 폭행 및 재산형성 의혹 등 수사해야

극단 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재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황현규 기자] “이윤택을 구속 수사하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상습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 17명을 대리하는 공동변호인단이 22일 이 전 감독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의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감독이) 지인을 통해서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고소취하를 종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피해자들이 그런 전화(회유, 고소취하 종용)를 받을 때마다 너무 괴로워한다. 이 전 감독이 밖에 있으면 계속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며 “(이 전 감독이)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심스러운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폭행 외 이 전 감독의 폭행·상해 의혹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맞은 사람과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감독이 단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며 “연극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이용해 ‘여기서 나가면 연극을 못해’라는 취지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령 안마를 거부하는 한 여성 단원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50~70명의 단원 앞에서 머리를 자르는 일도 있었고 연습시간에 늦게 나온 남자 단원 2명을 구타해 고막이 파열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로 이 전 감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7명을 62차례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다. 다만 경찰은 실제 상습죄 조항이 생긴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24건 혐의에 해당 조항을 적용했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 “상습법 규정 신설 이전의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상습법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습법은 그 범행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하는 데다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 하려는 상습법 규정의 신설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이 전 감독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해 의문점도 제기했다. 이들은 “연희단거리패는 매년 개최하는 밀양여름축제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자체로부터 지원받고 수백차례 공연지원비를 받았지만 지원금 사용은 알 수 없다”며 “단원들은 처음 시작할 때 첫 6개월은 월급이 없고 이후 50~60만원의 월급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전 감독은) 단원들 개인명의 통장을 개설하게 한 후 통장과 도장을 수거해 갔다”며 “이 부분은 법적 문제 생길 수 있어 이 전 감독의 재산형성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수사기관의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전 감독은 이와 관련 연극단원과 공동소유로 알려진 단원 숙소용 수유리의 건물을 지난 6일에 급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려됐던 피해자들의 2차 피해도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경찰조사후 피해자 대다수는 가족에게도 말 못한 것을 상기해서 대인 기피증을 겪고 있고 심한 경우 자해행위까지 시도한 경우도 있다”며 “이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관련 기관이나 의료 기관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또 “(피해자들에 대한) 과도한 신상정보 유출과 허위사실 비방 유포가 피해자 가족이나 극단에 대한 비방으로 이어져 2차 피해로 인한 피해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변호인단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2차피해와 관련해서 명예훼손, 형사고소, 민사소송, 손해배상 등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일로) 연희단거리패에 대해 비난하고 연극단 내에서에 배제시키려는 경우가 있다”며 “연희단 출신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연희단이라는 이유로 무대에서 배재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