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사내유보금 과세, 최대 1조1천억..재계 '우려'
by김현아 기자
2014.08.06 14:49:45
60~80% 과세방식 따라 3천500억~1조1억 원까지
현대차는 3천억~5천600억 원으로 최대 '직격탄'
그룹간 형평성 및 실효성 논란 일 듯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0대그룹이사내유보금 과세로 물게 되는 세금 규모는 최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6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 방침대로 기업소득환류세제(유보금 과세)가 도입될 경우 10대 그룹은 과세방식에 따라 적게는 36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1000억 원까지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 것이다.
과세범위를 최저 단계인 당기순이익의 60%(비제조 20%)로 적용할 경우 삼성은 1개 계열사만 82억 원의 세 부담을 지는 반면, 현대차(005380)는 계열사 대부분이 과세대상에 포함돼 3000억 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등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또 일부 그룹을 제외하면 기업 규모에 비해 납세 규모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소득환류세를 통해 기업들의 배당과 투자, 임금 상승 등을 촉진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0대 그룹 136개 주요 계열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정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 기준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 당기순이익의 80%(제조 80%·비제조 40%) 과세방식에서는 1조1016억 원, 60%(제조 60%·비제조 20%)에서는 3632억 원의 세 부담을 10대그룹이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정한 과세 범위의 중간단계인 당기순이익 70%(제조 70%·비제조 30%)를 적용하면 730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추정 환류세 계산은 10대 그룹 계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에 정부가 6일 밝힌 과세기준 60~80%(비제조 20~40%)를 10% 구간별로 나눠 계산했다.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를 구분해서 공개하지 않는 만큼 총투자액의 절반을 해외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했다.
이 같은 가정 하에 계산한 10대 그룹의 환류세 규모는 당초 정부가 법인세의 2~3%포인트 수준에 환류세를 맞추겠다고 밝힌 방침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지난해 10대 그룹 사업보고서 제출 기업의 법인세 비용은 약 14조5000억 원 가량으로, 2~3%포인트 인상효과가 나려면 환류세 규모가 1조5000억 원~2조 원이 돼야 한다.
◇현대차 직격탄될 수도…나머지 그룹은 수십수백억에 그쳐
삼성의 경우 지난해 신경영 20주년 특별상여금이 대거 지급돼 추정 환류세가 실제보다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해도 10대 그룹 추가 상승분은 60~80% 구간별로 3000억 원에서 6500억 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기순이익의 80% 적용 시 환류세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차다. 15개 계열사 중 11곳이 과세 대상으로 5580억 원을 내야 한다. 현대차 2000억 원, 현대모비스 1300억 원, 기아차 900억 원 등 주력 계열사 3곳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삼성은 21개 계열사 중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5곳이 대상이고, 3800억 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중 삼성전자 부담액이 3600억 원으로 대부분이다.
가장 높은 과세구간인 80%로 적용하더라도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세 부담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그쳤다.
SK와 롯데가 925억 원과 448억 원으로 100억 원을 넘겼을 뿐, 한화(90억 원), 포스코(66억 원), LG(60억 원), GS(24억 원), 현대중공업(8억 원), 한진(7억 원)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저 과세구간인 60%를 적용하면 현대차는 11개 계열사가 동일하게 과세 대상에 오르고, 환류세 규모는 3000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삼성은 과세 대상이 삼성중공업 한 곳으로 줄고, 세액도 82억 원에 그쳤다.
과세방식에 따라 그룹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 SK(003600)(340억 원), 롯데(160억 원), 한화(000880)(46억 원), LG(003550)(6억 원), 한진(002320)(4억 원) 등도 세액이 크게 줄어든다. 현대중공업과 GS는 60% 적용 시 환류세 납부 대상 계열사가 아예 없다.
이날 재계는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에는 기업 현실이 반영돼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세제개편으로 평가하면서도, 새롭게 도입되는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시적으로만 시행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유보소득기준율, 과세 제외 소득활용 용도 등 구체적인 제도 내용은 다양한 기업 현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