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빼먹는` 송유관 절도 기승

by안승찬 기자
2009.02.25 16:52:35

휘발유값 상승에 기업형 절도까지 등장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경기 악화와 휘발유값 상승 등의 여파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휘발유 등을 빼내는 절도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건이던 송유관 유류 절도 사건은 2006년 15건, 2007년과 2008년 각 31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검거된 도유범도 2006년 18명에서 2007년 3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41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만에 7명이 검거됐고, 1명은 도유를 시도하다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 절도의 형태가 점차 조직화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 도유범 10명 이상이 모텔을 임대해 지하터널을 뚫고 도유를 시도하는 등 기업형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송유관 도유사건의 급증하는 원인은 휘발유값 상승과 함께 국내 경제사정 악화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한탕주의가 만연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송유관공사가 급증하는 도유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순찰 전담 회사 2곳을 신설하는 등 순찰시스템을 강화하고 과학적인 감시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송유관공사는 경찰 조직 내 관련 전담팀을 만들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송유관도유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조항을 만드는 등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광식 송유관공사 사장은 "송유관이 파괴되면 기름 손실뿐 아니라 토양과 수질오염과 같은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며 "경찰과 송유관 인근 지역주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도유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송유관 손상자만 처벌되고 공범인 연락책 감시조 자금지원자 장물운반 및 판매자 등은 집행유예나 불구속 등으로 풀려나 다시 절도에 나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유관공사는 울산, 여수 등 5개 정유공장과 전국 대도시 등을 연결하는 1208㎞ 규모의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다.
 
 

▲ 지난해 4월 도유사건 현장. 모텔지하를 임대해 7m의 땅굴을 뚫어 도유를 시도하다 땅굴 붕괴로 1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