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쇼크…기업 경기전망 15분기째 '부진'
by김정남 기자
2025.03.24 12:00:00
대한상의, 올 2분기 제조기업 BSI 조사
2021년 4분기 이후 15분기째 기준 하회
''트럼프 관세충격'' 철강·車 등 전망 부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제조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15분기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철강, 자동차 등 직접 영향권에 있는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113개사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BSI는 79로 기준치(100)에 크게 못 미쳤다. BSI는 지수가 100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체감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BSI는 지난 2021년 4분기(91) 이후 15분기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2분기 BSI는 전기(61) 대비 18포인트 급등했으나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비상계엄과 줄탄핵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보다는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밝아졌지만, 트럼프 2기의 관세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기업들은 여전히 움츠러들고 있는 셈이다.
 | (출처=대한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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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 관세정책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철강의 BSI는 59에 그쳤다.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누적된 상황에서 관세 인상, 저가 덤핑 등 악재가 쌓이며 2분기 연속 60을 밑돌았다. 자동차(74)는 미국·유럽연합(EU) 중심 무역장벽 강화,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 여건 악화 등의 악재가 겹쳤다. 반도체(87)의 경우 트럼프 집권 이후 대중국 수출 통제가 강화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지속하며 전망이 악화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1), 중견기업(83), 중소기업(79) 등이 모두 기준치를 하회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노출도가 높아 관세 등 대외정책 변화에 민감한 대기업의 BSI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매출 실적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는 낮아졌다. 제조기업 10곳 중 4곳(39.7%)이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그 중 목표로 설정한 매출 수준이 전년 대비 10% 이상 크게 하락한 기업이 9.6%에 달했다. 투자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 목표치를 설정한 기업이 47.4%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해 대비 하향 조정한 기업은 36.6%로 상향 조정한 기업(16.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로 ‘내수경기 부진’(59.5%), ‘원부자재 가격 상승’(40.2%)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트럼프발 관세정책’(34.8%),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21.8%), ‘고환율 기조 지속’(20.5%)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기업들은 협력 가능성이 높은 조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략산업 투자와 성과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는 미국 연방정부 외에 지역 의원들과도 외교 채널을 구축해 소통에 나서야 한다”며 “내수·투자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하고,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제조업 기반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