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금융위기 후 최저 25개 구조조정...대우조선 '빠져'

by노희준 기자
2017.08.03 12:00:00

<자료=금감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올해 25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기업 옥석고르기의 툴인 신용위험평가가 본격화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일단락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상장사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올해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응급실에 잠시 보내 놓은 대우조선해양 등이 빠진 것으로 파악돼 평가의 신뢰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신용공여액(대출+보증 등) 500억원 이상 대기업 1902개사중 631개를 대상으로 구조조정 대상을 가려내는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하고 최종 25개(C등급 13개, D등급 12개)를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32개) 대비 7개가 감소한 규모로 이 중 상장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김영주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신용위험평가를 본격적으로 한 게 2009년부터”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라고 말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이 유도되는 C등급이 13개로 지난해와 같았다. 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쳐 퇴출 수순에 들어가는 D등급은 12개로 지난보다 7개 줄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8개(시행사 4개 포함)로 가장 많았다. 조선업(3개)·기계업·전자업·발전업(각 2개)순이었다. 조선업은 지난해 6개에서 올해 3개로 절반이 줄었고 지난해 3개였던 해운업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건설·조선·철강·해운·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진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반적으로 조선·해운을 뒤로 빠지고 건설업이 요주의 업종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올해 살생부에 오른 기업 숫자가 최저로 떨어진 데 대해 기업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선·해운 대기업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부원장보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그 사이에 많이 마무리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이라며 “전반적으로 대기업의 부채비율, 순이익 등 지난해 재무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자료=금감원>
하지만 올해 초 채무재조정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회생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대우조선해양이 C·D에서 빠져 분류 잣대가 느슨해진 거 아니냐는 우려도 예상된다. 금감원은 개별 기업의 ’살생부‘ 포함 여부 등을 확인해주지는 않지만 상장사는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상장사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에는 한계가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C등급으로 기업이 분류되면 워크아웃 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여신은 건전성 분류상 ’고정이하‘가 돼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대우조선뿐만 아니라 현대·삼성중공업, 이른바 조선 빅3를 구조조정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정상기업으로 분류해 논란을 산 바 있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중 외부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신용위험평가 및 워크아웃 기업 사후관리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신용위험평가 체계 및 관련 프로세스 개선을 하반기 중 TF를 구성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조조정 대상 기업 25곳의 워크아웃, 회생절차 추진에 따른 향후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액은 크지 않고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채권은행이 기업의 재무건전성 등을 들여다보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 평가 결과 각 기업은 A, B, C, D 등급으로 나뉘며 이 중 C등급에 들어간 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 D등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