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디플레에 떠밀린 亞국가들, 글로벌 환율전쟁에 참전

by이민정 기자
2015.01.29 13:57:03

브라질, 터키도 금리 인하 할듯
"근시안적인 통화정책은 변동성만 키워"

도이체방크 외환 변동성지수(왼쪽) 미국 달러대비 주요 통화가치 변화(오른쪽)
출처:월스트리트저널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지면서 달러 가치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아시아 지역에도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전쟁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달러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경우 달러화로 표시된 아시아 국가와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자국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완화 정책을 써야 하지만, 금리를 무턱대고 내릴 경우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쫓아 미국 등지로 빠져나갈 수 있다. 또한 향후 미국 금리가 얼마냐 더 오르냐에 대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수립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도이체방크는 미국과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반대로 가면서 지난 7월부터 세계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15%나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스테판 젠 SLJ 마르코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는 “앞으로 수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은 그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일단 디플레이션 극복을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금리 인하, 일본은 유동성 확대, 싱가포르는 환율 조정 등을 통해 이미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율 전쟁에 뛰어들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환율전쟁에 뛰어들 다음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통화 약세 전략을 취한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다. 또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 상품도 비슷해 상대적인 원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원화가치 절하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국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수출 경쟁력 향상과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릴수 있어 보인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다.

전날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통화바스켓 환율 밴드의 기울기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미국 달러 등 주요 무역거래 통화에 연동된 싱가포르달러 절상 속도를 늦추는 통화 완화정책을 단행했다. 점진적인 출구 전략을 시행하면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싱가포르달러 절상 모멘텀에서 사실상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앞서 중국도 작년 11월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데 이어 올들어 유동성을 대거 풀면서 위안화는 7개월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본 역시 작년부터 경기 부양책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8년동안 최저치로 내려앉은 상태다. 이밖에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도와 터키가 기준금리를 각각 내렸다. 향후 터키와 인도가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통해 자국 통화 약세를 이끌어 내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수입 물가를 올려 디플레이션을 퇴치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화 가치 절하는 무역 상대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촉발하면서 결국 아무도 기대했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바닥으로의 경주` 경쟁만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결국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는 만큼 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는 변동성과 조정 부담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데이빗 우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환율부문 대표는 “환율전쟁에 참여한 국가들은 이미 자기들이 가진 정책수단들을 다 소진했다”고 말했다. 제이슨 도 소시에테 제네랄 아시아 외환전략부문 대표는 “연준 금리 인상 우려가 지난 6개월동안 아시아 통화시장을 뒤흔든 주요 요인”이라며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성급한 통화정책은 더욱 큰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낳고 무역거래 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분석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환율과 통화정책은 향후 갚아야 할 많은 조정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이런 통화 정책은 주변 국가나 기업들에 스필오버(전이) 효과도 강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통화 약세에 나서면서 소시에뗴 제너럴은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머징 마켓 통화를 향후 3개월간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자산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 빠져나간 돈이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에 몰리면서 아시아 신흥국 경제는 휘청이고 달러 가치는 더욱 높아지면서 아시아 국가의 부채 부담은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는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가 1조10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매입 등을 포함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하면서 유로화는 올 들어서만 달러대비 가치가 6.2% 떨어졌다. 덴마크도 지난주 두번이나 유로화에 고정한 자국통화 크로네의 변동폭을 유지하기 위해 연달아 금리를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