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연내 사업재편 마무리 후 내년 경영권 승계(종합)
by류성 기자
2013.11.04 15:06:29
연내 사업구조 재편으로 경영권 승계 구도 확정 전망
경영권 승계는 빠르면 내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박철근 기자] 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을 담당할 회사를 설립하고, 건물관리 사업을 그룹 계열사인 에스원(012750)에 4800억 원에 양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면서 디자인·콘텐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패션사업 인수와 바이오사업 등 신수종 사업 투자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월 27일에는 삼성SDS는 삼성SNS를 신주 교부 방식으로 흡수합병키로 하고, 연내 합병작업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001300)으로부터 패션사업 부문을 1조500억 원에 인수했다. 굵직굵직한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이 한 달 보름 사이에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간 사업구조 조정의 명목으로 ‘사업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배경엔 ‘경영권 승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연내 계열사 간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후계자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을 완성한 뒤 빠르면 내년 중 승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무게추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빠르게 넘어가더라도 이건희 회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부회장과 함께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면서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는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과 관련, 올 연말 그룹 인사에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내년에 경영권 승계를 완료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구조 개편은 경영권 승계 위한 정지작업?
삼성그룹은 최근 잇달아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불과 한 달 보름 새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 삼성디스플레이의 미국 코닝 최대주주 등극 △삼성에버랜드 급식·식자재 사업 에스원 양도 등 굵직한 계열사 간 사업 구조재편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부사장 등 이건희 회장 세 자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부회장이 25.10%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이며,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도 개인주주로는 이 부회장(8.81%)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4.18%의 지분을 가진 개인 2대 주주다.
특히 삼성SDS가 삼성SNS와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SDS의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삼성SNS의 구주를 삼성SDS 신주로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에 삼성SNS의 지분 45.69%를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은 234만주의 삼성SDS 신주를 받아 지분율이 11.25%까지 올라간다.
삼성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은 효율적 사업전개라는 표면적인 목적 외에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삼성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은 지배구조 변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사업구조 개편을 확고히 한 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사업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구조개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사업구조 개편 다음 순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등 비상장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이 나타난 가운데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일어날 계열사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곳은 바로 건설부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건설관련 사업은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000830),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에서 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 건설사업의 통합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공식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이 같은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2.30%다. 지난 7월까지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보유지분이 없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91만여주를 매입한 것. 증권가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양사가 합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중심에 있는 화학계열사간 합병 얘기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정밀화학(004000)이 삼성석유화학과 합병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삼성 그룹 내에 화학 계열사(삼성정밀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토탈, 삼성BP화학)간 중복 사업이 지나치게 많아 어떤 식으로든 유화계열사간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구조개편의 기본이 중복사업 정리와 통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사업구조개편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 지주회사 위상 유지 속 외형 확대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와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 분리 및 건물관리사업 매각으로 외형이 늘어나게 된다. 에버랜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매각키로 한 건물관리 사업 매출규모는 삼성에버랜드 전체 매출(1조5304억원)의 10.3%인 1577억원이다. 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는 FC부문(6930억원)과 합하면 8507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제일모직으로부터 인수한 패션사업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9564억원)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이 약 10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담당할 삼성웰라이프(가칭)의 연결실적이 더해지면 삼성에버랜드의 회사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삼성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에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 세 자녀의 지분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 자녀의 역할 변화는 장담하기 어렵다. 패션사업부문이 에버랜드로 넘어감에 따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현재 에버랜드의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고 있는 언니 이부진 사장과 한 지붕 아래에서 경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구조 개편과 연말 인사가 향후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