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이부진 손들었다.."카페 `아티제` 정리"
by정태선 기자
2012.01.26 18:44:44
[업데이트]
"재벌 딸, 골목상권 침해"비판에 결단
신세계·롯데 당혹..파장확산 예의주시
[이데일리 정태선 문정태 기자] ‘재벌가 딸들의 빵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먼저 ‘깨끗이’ 손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국내 재벌들이 빵, 물티슈, 순대 등으로 사업을 마구잡이로 확장해 영세 자영업자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에 관해 “윤리적인 문제”라며 비판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는 26일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커피·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아티제 매출은 241억 원으로 호텔신라 전체 매출 약 1조 7000억 원의 1.4%에 불과하고, 오너 일가의 지분은 전혀 없다”면서 “아티제 매장은 현재 27개로, 대부분 오피스 빌딩에 입주해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호텔신라는 2004년 `유럽형 라이프스타일 카페`아티제를 오픈했고, 2010년부터는 보나비가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외국계 자본과 공동으로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진출을 모색해왔다. 그러던 중에 비난여론에 몰리면서 전격적으로 사업을 철수키로 한 것. 몇백억 원 규모의 빵집 운영으로 집중적인 비판을 받느니 차라리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이 직격탄이었다. 전날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흉년에 헐값으로 나온 빈농의 땅을 사들이지 않아 존경받았던 경주 최씨 가문의 사례까지 들어가며 재벌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한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부의 편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짙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 최근 ‘재벌가 딸들이 빵집 사업에 뛰어들어 동네 빵집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난 여론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대표뿐 아니라 롯데그룹 신영자 사장의 차녀 장선윤씨,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씨가 제빵 사업에 진출해 있다.
장선윤씨는 블리스라는 빵·와인 유통사를 차려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포숑’이라는 이름으로 첫 지점을 낸후 지점을 늘리고 있다. 또 정유경씨는 조선호텔에서 물적 분리한 조선호텔베이커리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고,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 유통사에 매장을 내고 빵과 피자를 판다.
하나같이 계열사와 거래를 통하거나 이미 구축된 유통망 등을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손쉽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호텔신라의 결정과 관련 롯데와 신세계는 난감해하면서 오너와 관련된 일이라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다른 베이커리 업체들과는 다르게 골목 상권을 공략하는 일반 대형 빵집 브랜드와 차이가 있다”며 “로드숍 진출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만 전했다. 롯데측은 “오너가 하는 일이라 언급하기 곤란한 사안”이라며 “다만 포숑은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것으로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통대기업들의 골목 상권 침해논란과 맞물려, 재벌 2~3세들의 일감몰아주기식 사업행태에 대한 중소상인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