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6년 만에 '보수정권' 시대…'금연법' 폐기
by이소현 기자
2023.11.27 14:05:48
리스토퍼 럭슨 42대 총리 공식 취임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 바로 잡는 것"
前 정권 정책 되돌릴 방침…"세수 부족"
2009년생 이후 담배 판매 금지법 폐기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뉴질랜드에서 6년 만에 보수 정권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전 정부 정책을 뒤집을 것을 예고하면서 진보 성향 전임 정권에서 추진한 강력한 ‘금연법’도 폐기될 전망이다.
| 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신임 총리(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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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라디오 뉴질랜드(RNZ) 방송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42대 총리에 공식 취임한 리스토퍼 럭슨(53) 국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웰링턴 정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새 정부 수장으로 취임 선서를 했다.
럭슨 총리는 취임식 후 첫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생활비를 줄이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며 금리를 낮추고 식료품 가격을 더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8일 첫 내각 회의를 연 뒤 100일 안에 해야 할 최우선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범죄 단속 강화와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유류세 인상 계획 폐기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7년간 뉴질랜드 대표 항공사인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럭슨 총리는 2020년 의회에 입성해 정치 경력은 짧지만, 2021년 말 국민당 대표를 맡아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어 액트당(ACT), 뉴질랜드 제일당과 연정을 통해 6년 만에 보수 정권이 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뉴질랜드 새 정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연정 합의문을 통해 2009년 출생자부터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한 금연법 등 이전 노동당 정부가 도입했던 주요 정책들을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담배 판매가 허가된 매장 수를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이고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허용치도 감축하게 할 계획 등도 포함된 뉴질랜드의 금연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흡연 규제로 평가받아 왔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질랜드의 새 보수 연립 정부가 감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연법을 폐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뉴질랜드 금연법은 지난달 치러진 총선으로 집권한 보수 연정이 이를 폐기하는 데 합의하면서 시행이 무산됐다. 총선에서 다수당에 오른 뉴질랜드 국민당은 뉴질랜드 제일당과의 합의 조건으로 이 법안을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니콜라 윌리스 신임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지난 25일 금연법이 내년 3월 이전에 폐지될 것이며 담배 판매 수입이 연정의 감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담배를 판매하는 상점 수를 제한하면 정부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럭슨 총리는 금연법 폐지로 음지에서 담배 시장이 나타나는 것을 막고 담배 상점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럭슨 총리는 RNZ에 “작은 마을에서 한 상점에만 담배를 집중적으로 유통하면 범죄의 거대한 자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연법을 폐지하는 대신 교육과 다른 흡연 관련 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금연법 폐지로 연간 최대 5000명의 생명을 잃을 수 있고 특히 흡연율이 높은 원주민 마오리족에게 더 해로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사 테 모렌가 비정부 기구 아오테아로아 건강연합 의장은 “공공 보건의 큰 손실이며 뉴질랜드인의 생명을 희생해서라도 이득을 취하려는 담배업계에는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 모렌가 의장은 연구 결과를 통해 금연법이 시행된다면 앞으로 20년간 의료체계 비용 13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300억원)를 절감하고 여성의 사망률을 22%, 남성 사망률은 9%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파이 테 하우오라 마오리족 공중보건 단체 대표는 금연법 폐지에 대해 “마오리족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