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우려되지만…"中 무서운 추격 더 걱정"

by김정남 기자
2016.11.28 12:00:00

한은, 최근 전국 250개 수출제조업체 설문조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지형도는 부쩍 어려움에 처한 우리 산업계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005930)는 스마트폰 출하량 7600만대로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9.5% 급감한 것이었다. 수위를 지키긴 했지만 ‘갤럭시노트 쇼크’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4550만대 출하량으로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이폰6S 시리즈의 판매 부진에 직면한 탓에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삼성과 애플의 부진을 틈 타 치고올라온 업체들은 중국계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ZTE, 레노보 등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화웨이와 ZTE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 스마트폰은 세계 무대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RIM 등 전통의 강호들이 그때까지는 시장을 지켰다. 다만 중국계 업체들의 무서운 질주에 하나둘 나가떨어졌고,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를 ‘딴 세상’ 얘기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 산업계가 내년 수출 전선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쇼크’에 따른 세계경제 변화도 걱정했지만, 업계 내 경쟁 가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컸다.

28일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수출 여건 중 ‘경쟁 강도’에 대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우리 기업들은 8.8%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52.2%였다. 기업 10개 중 6개는 치열해질 경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은이 지난달 17일~지난 9일 중 전국 250개 수출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경쟁 강도에 대한 걱정은 다른 요인들보다 컸다. 내년 원·달러 환율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기업은 27.4%였다. “악화”(2.6%) “다소 악화”(24.8%) 등이다. 보호무역주의(악화 7.3%, 다소 악화 26.0%)와 세계 수요(악화 5.1%, 다소 악화 30.3%) 등의 요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트럼프발(發) 경제 불확실성보다 눈 앞의 경쟁업체 움직임을 산업계는 더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병조 한은 지역경제팀장은 “업체들간 신제품 스펙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특히 자동차와 정보통신(IT) 업체들이 이런 답변을 많이 내놓았다”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와 IT 업체들 중 내년 수출여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각각 48.8%, 36.8%에 달했다.

이에 수출업체들은 대응책으로 신시장 개척을 첫 손에 꼽았다. 35.2%의 비중이다. 신제품 개발(27.9%), 가격·품질 경쟁력 확보(17.0%) 등도 거론했다.

정책적 과제의 경우 환율 변동성 완화(33.9%), 무역금융 지원확대(19.7%), 기술확보 지원(18.1%)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