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스위스 금괴 수입 삼성물산 관세 7억원 정당"

by전재욱 기자
2016.08.24 11:33:27

한-EFTA세율 0%신고…세관, 스위스에 원산지 검증요청
회신기간 10개월 넘도록 회신 안하자 세율 3% 적용
삼성물산 "현지 사정으로 회신 늦어…예외적 면세" 주장
대법 "10개월 초과 특별관세대우 못해…과세권 행사방해"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삼성물산이 스위스에서 수입한 금괴의 원산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과받은 관세 7억여 원을 그대로 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4일 삼성물산 등 금괴수입업체 6곳이 세관 측을 상대로 낸 관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성물산은 2006년 11월~2007년 9월 스위스에서 금괴를 수입하면서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세율 0%를 신고했다.

서울세관은 2008년 6월 해당 금괴가 스위스산이 맞는지를 확인하고자 현지에 원산지 검증을 요청했다. 스위스는 회신기한 10개월이 넘도록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서울세관은 2009년 8월 기본관세율 3%를 적용해서 삼성물산에 관세 총 8억45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조세심판원을 거친 끝에 정리된 관세는 7억여 원이었다.

삼성물산 측은 불복하고 소송을 냈다. 대한민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부속서를 보면, 10개월 안에 회신이 없으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특혜관세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삼성물산 측은 “스위스 당국이 현지 업체와 원산지 판정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라서 10개월 안에 회신하지 못했으므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비슷한 이유로 관세를 맞은 금괴수입업체 5곳도 같은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스위스 측이 10월 이내에 회신하지 않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검증요청일로부터 10월 이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 특혜관세대우를 하지 않는 것은 관세청의 과세권 행사 지연 및 불가능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라며 “‘예외적인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수입국의 원산지 검증 요청이 회신기간을 넘기면 특혜관세적용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분쟁에서 해석의 기준이 될 법리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청사.(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