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암살'에 '주한미군 철수'까지…적나라하게 공개된 백악관秘話

by정다슬 기자
2018.09.12 10:57:19

11일 밥 우드워드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출간
오바마 행정부도 北선제공격 검토…트럼프 "北과 전쟁 가능"
文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주한미군·한미FTA 불만 쏟아내

△11일 출간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이 쓴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서점에 놓여져 있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횡포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백악관 참모들의 노력 등을 담아 출간 전부터 큰 화제를 일으켰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논란 속에 11일(미국시간) 출간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 처리를 위해 미 행정부가 선제 타격과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암살까지도 고려했다는 담겨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를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러 차례에 걸친 통화에서 주한미군 비용과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의사 등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책에 따르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 9월 9일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핵 위협을 정확한 (외과 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 검토할 시간이 됐다고 결정했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저지하는 극비작전 ‘특별접근 프로그램’(SAP)를 승인했다. SAP에는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북한 미사일을 직접 손에 넣는 작전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 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SAP로는 북핵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미 국방부는 지상군을 투입해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방부와 미국 정보기관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단 한 발이라도 핵무기가 남한에 떨어지면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결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

또 오바마 시절 존 브레넌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 주도로 김 위원장을 제거하는 이른바 ‘맨 체인지’(지도자 교체)를 검토했다는 사실도 우드워드의 저서에서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미 공군이 북한과 지형이 비슷한 미주리주 오자크 지역의 고원에서 김 위원장을 암살하는 훈련을 극비리에 실시했다. 이 사실은 훈련 중 폭격기와 조기 경보기, 급유기 간에 암호교신이 지역주민에게 노출되면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의 암살과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서도 존재했다. 미국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과의 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을 암살하도록 촉구하라고 제안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김 위원장을 제거한 뒤 그 자리를 중국 측이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 대체하도록 중국에 요구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고 악평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이엄 의원과 사적인 대화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그레미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 앞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북한을 파기 위한 군사적 옵션이 있다. 수천명이 죽는다면 저쪽(북한)에서 죽을 것. 여기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참모들은 이런 생각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주둔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군이 한반도에 막대한 군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딴 것(주한미군) 필요 없다. 없어도 아기처럼 잠만 잘 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가족을 철수한다는 트윗 글을 올리려다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맥배스터 전 보좌관의 만류로 게재를 접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레이엄 상원의원과의 통화에서 ‘가족 철수’ 트윗 글을 올리는 방안을 재차 제의했지만 그레미엄 의원이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며 여러 차례 이를 폐기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백악관 참모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했다. 책에 따르면 2017년 9월 초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내용으로 문 대통령에게 작성된 서한을 빼돌렸다. 한미 FTA 폐기가 한미 관계를 무너뜨리고 이는 결국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콘 전 위원장은 측근에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서한에 서명할까봐 소름이 끼쳤다”며 “나는 나라를 위해 서류를 훔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이 서한의 사본은 지난 6일 CNN이 입수해 보도됐다. 2017년 9월 5일자로 된 서한에는 “현재 형태의 미국과 한국의 FTA는 미국 경제의 최상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협정문 24.5조에 의거, 미국은 협정을 중단하기 바란다는 점을 공지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협정문 24.5조에 따라 협정은 이번 공지 180일 뒤에 종료된다”며 “해당 기간동안 미국은 양국의 중요한 경제 이슈와 관련돼 한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서한 초안 분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FTA 폐기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1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뜯어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 문제가 연계돼 있다며 양국의 경제적 관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랬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많은 병력을 유지해서 미국이 얻는 것이 뭐냐”며 “미국이 왜 한국과 친구인지 알고 싶어 했다”고 책은 서술했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은) 제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드워드의 저서에 등장한 백악관 참모들도 일제히 부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시도를 저지한 핵심인물인 콘 전 위원장과 롭 포터 전 백악관 비서관은 성명서를 발표해 책 내용이 사실을 아니라고 부인했다. 특히 포터 전 보좌관은 “책이 그려내는 대통령과 백악관의 오도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서한이 도난당했다는 에피소드는) 백악관 문서 검토 과정 방식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콘 전 위원장은 “이 책은 백악관에서의 나의 경험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대통령과 그의 경제 아젠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책 내용을 부정했다.

그러나 우드워드는 책에 기록된 모든 내용의 취재 과정을 녹음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핵심인사가 나한테 당신이 쓴 것은 ‘1000% 사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더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