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美 관세폭탄 후유증…"정부, 성과 자랑할 때 아냐"

by남궁민관 기자
2018.03.30 14:22:57

5월1일 쿼터 적용 앞두고 기준도 없어
쿼터 할당 생존 걸린 강관업계 ''초조''
중국산 공세에 "대응방안 없다" 지적도

22일 오전 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발 통상압박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수입 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서는 벗어났지만, 당장 업체간 쿼터 할당 등 후속 작업들이 산적하다. 더 나아가 미국에 막힌 철강재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어올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업계는 지난 27일 국내 강관 관련 회원사들의 부서장들과 회의를 개최했다. 향후 진행될 쿼터 할당 협의의 전초 작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이날 자리에서는 실질적 협의는 운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 자료를 브리핑하는 수준에 그쳤다. 쿼터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한·미 양국 공동선언문에서도 쿼터 적용일(5월 1일)만 발표됐을뿐 구체적인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미국 통관을 기준을 할 경우 계산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대미 수출은 한달여 간의 운반기간이 포함되는만큼 이미 수출길에 오른 물량이 5월 1일을 넘어서 미국에 도착하면 쿼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쿼터의 데드라인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구체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쿼터 할당 협의도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미 강관업체들은 쿼터가 지난해 대미 수출량 대비 51%로 반토막 난 상황으로, 쿼터 할당량에 따라 한해 사업이 좌우되는 처지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대안 수출국을 찾기도 어렵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디테일한 상황은 4월 중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도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기 때문에 각국과의 협의를 거쳐 향후 룰을 세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침 우리도 미국에 질의를 하려던 차”라고 덧붙였다.



업체들간 쿼터 할당에 대해서는 “연초 업체별로 쿼터를 할당하고 수출확인서를 받아서 제한된 양을 넘지 않도록 컨트롤해야할 것”이라며 “쿼터 할당은 기본적으로 업계 자율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강관 뿐 아니라 철강업계 전반적으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중국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미국을 향하던 중국의 대규모 철강재들이 인접국가인 우리나라로 몰려들어올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지금 미국과의 통상외교 성과로 만족하고 이를 자랑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번 미국 조치에 따라 유럽연합(EU)와 중국도 바로 장벽을 치는 연쇄작용이 발생할테고, 갈 곳이 없어진 중국산 철강재는 옆나라인 우리나라로 몰려 들어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둘러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우리도 반덤핑 관세 등 강력 조치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의 경우 “전세계 보호무역 조치들로 인해 중국산 철강재들이 유입될 경우 우리나라는 무관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막을 방도가 없다”며 “관세장벽은 무역분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 하더라도 품질 인증 강화와 같은 비관세 장벽이라도 마련해달라는게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