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도로점거 집회 일반 참가자에 일반교통방해죄 성립 안돼"

by한정선 기자
2018.03.20 12:00:00

교통방해 직접적 행위 하거나 관여도 높아야 일반교통방해죄 성립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대법원은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해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다가 기소된 집회 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우모(43)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우씨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조직실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2015년 11월 14일 집회인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했다.

우씨는 이날 약 오후 3시부터 약 4만 7000여명의 집회참가자들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세종대로의 전 차로를 점거한 채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했다.

우씨는 세종대로 일대를 점거해 도로의 교통을 곤란하게 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고 해도 참가자 모두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며 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당시 세종대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통일된 조직이 아니라 노조나 농민단체의 지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이며 “대부분 집회주최자가 신고한 범위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우씨와 수만 명의 집회참가자들이 서로 순차적·암묵적 의사연락을 하면서 일반교통방해를 하려고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우씨는 당시 집회에서 세종대로의 전 차로를 점거하는 행위가 도로교통을 방해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면서 “경찰이 수차례 해산명령을 했지만 도로를 점거하며 이동을 시도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도로 교통을 방해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고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고심 재판부는 “그 참가자가 중대한 위반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 행위를 했을 때나 관여 정도에 따라 일반교통방해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씨가 해당 집회의 신고범위나 조건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주도적 역할을 해서 교통방해를 유발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