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시계 멈춘 세운상가, 7년만에 활기 되찾을까
by박종오 기자
2013.06.25 15:53:37
쇠퇴한 상권 재생위해 2006년 개발사업 추진
부동산 침체·층고 제한에 개발 중단
새 계획에 상인들 "상권 활성화 기대감 커"
[이데일리 유선준 박종오 기자] 수년째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서울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이 전면 수정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새 청사진이 상권 쇠퇴와 주민 이전으로 침체에 빠진 이 일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운지구의 개발 필요성은 이미 지난 3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67년 세운상가 가동과 현대상가 건립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종로와 퇴계로 사이 도심부에 나란히 들어선 상가 8개동은 과거 서울의 명물로 통했다. 전기·전자산업의 중심지이자 직장 출퇴근이 용이한 고급 주거지로 유명세를 타며 상권이 크게 융성했다. 특히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마저 가진 곳이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들어 세운상가 일대는 차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서울 강남권 개발로 고급 주거지 명성을 넘겨줬고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개장하며 상권도 이동했다. 1979년 상가 동쪽의 약 15만㎡와 1987년 서쪽 8만여㎡가 정비구역에 지정되기도 했지만 지금껏 국도호텔과 남산센트럴자이, 단 2곳만이 개발을 마쳤을 만큼 사업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목조건축물이 전체의 절반을 넘고 준공된 지 40년 이상인 건물이 전체 셋 중 하나(72%)를 차지할 만큼 노후화한 세운지구는 2006년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약이었던 ‘세운녹지축 조성사업’에 따라 상가 8개동을 포함해 주변 지역 43만8585㎡가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전면 철거를 통해 상가 자리에 종묘와 남산을 잇는 폭 90m, 길이 1km의 녹지를 조성하고 인근 8개 구역에는 최고 122m(36층) 높이의 주상복합을 건설해 코엑스몰 급의 입체적인 도심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2007년 현대상가와 세운4구역(1단계 구간) 정비계획이 결정되고 이듬해 착공식을 갖는 등 순탄해 보였던 개발사업은 2009년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복병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축물 높이 규제였다. 이주보상비만 1조원에 육박했지만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보니 사업자를 찾기 어려웠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근처의 고층 건물 건립을 불허했던 것이다. 문화재청은 세운지구 안 건물 높이를 기존 122m(36층)에서 62m(16층)로 낮추라고 요구,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당초 2015년까지 전 구간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었던 사업은 2010년부터 전면 중단된 채 서울시의 재검토 대상이 됐다. 상가 8개동 중 1단계 구간인 현대상가 만이 철거 뒤 2009년 940㎡ 규모 도시농장으로의 조성이 완료됐을 뿐이다. 삼풍상가와 풍전호텔은 2006년 자체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고 나머지는 상가 세입자들이 상당수 떠난 채 쇠퇴한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상가 주변 개발구역 역시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공영개발이 추진 중인 4구역 만이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2년 만에 서울시가 내놓은 변경안은 답보 상태에 놓인 정비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중심부 상가군은 리모델링을 통해 활성화하고 주변 지역은 개발 부지면적을 잘게 쪼개 소규모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고 90m 이하로 건축물 층고 제한을 강화했지만 기반시설을 위한 기부채납 비율을 종전 13~15%에서 10% 선으로 낮춰 기존 사업성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세운상가 일대 상인들도 이번 서울시의 발표에 기대감을 보였다. 한일삼성신일 판매장을 운영 중인 김 모씨는 “그동안 상가가 너무 낙후돼 손님들이 오길 꺼려했는데 리모델링화 되면 손님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광일 대성전자기기 영업부장은 “상가 리모델링에 적극 찬성한다”며 “안그래도 상가 상권이 많이 죽어 걱정했는데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상권이 살아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