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우석훈 기자
2011.11.03 17:37:30
[이데일리 우석훈 칼럼니스트] 아주 개인적인 관심이다. 나는 언제까지 경상도가 지금의 한나라당의 본당처럼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경상도 연구’라는 이름으로 몇 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히로시마와 부산’이라는 국제 비교 연구를 또 하나 열어놓고 있다. 왜 전라도가 아니고 하필이면 경상도냐?
전라도는 부안을 시작으로 노무현 시절에 몇 년간 연구를 좀 했다. 별도로 책을 낸 적은 없지만, 막상 해보니까 경상도 연구가 훨씬 더 재미가 있어서, 이번 정권에서 이쪽으로 연구 주제를 옮겨왔다. 답답하기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있기는 하다.
부산, 대구, 울산, 세 개의 도시를 기본 축으로 비교연구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제일 잘 사는 지역과 제일 못 사는 지역이 연구 대상에 골고루 섞여 있다. 대구는 1인당 지역소득, 몇 년째 부동의 꼴찌지역이다. 부산은 뒤에서 세 번째. 국가공단 등을 가지고 있는 울산은 거꾸로 전국 1등.
민주화 정권을 지나면서 전라도 정권이 전라도 지역에 집중 투자해서 대구와 부산이 못살게 되었다는 마타도어가 유행했지만, 어쨌든 내가 해본 연구 작업으로는 전혀 검증되지는 않는다.
그런 식이면 정말 가난하고 국책사업도 하나 없었다고 투덜거리는 강원도가 지역소득 꼴등이어야 하지만, 제일 먼저 KTX 노선을 깔았고, 밀라노 프로젝트 등 이것저것 수혜를 받은 대구가 지역소득 꼴등인 것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내가 강남 연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경상도의 행동 패턴의 특이한 변이 현상을 강남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좀 쉽게 얘기하면, 아직도 경상도 아버지와 경상도 딸이 다른 투표를 하는 샘플은 잘 관찰되지 않는다.
주로 아버지가 결정하는 대로 딸의 투표가 가는 게 경상도 특히 경북의 투표 현상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일관된다. 특별하게 아닌 경우가 없지는 않은데, 그야말로 ‘내 놓은 딸’, ‘내 놓은 며느리’인 경우이다.
경상도 아빠와 서울 딸 즉 강남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구성상황인데, 이회창 때부터 지난 대선까지, 꾸준히 살펴본 것에 의하면 경상도 지역과 강남지역의 경상도 아버지의 자식들의 투표는 거의 일치했다.
이게 처음 바뀐 게, 내 관찰로는 작년의 지방선거 때 처음 그리고 본격화된 것은 분당 선거 때. 딸들이 아버지의 뜻과 달리 투표를 하거나, 그냥 거짓말을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는 얘기가 이 때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는 거짓말도 귀찮고, 아예 당당하게 얘기를 하고 투표하는 서울 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묘하지만 흐름의 차이가 좀 생겼다. 강남 갑의 경우는 박원순 후보가 35%를 얻었고, 강남을의 경우는 42.3%를 얻었다.
휴일날 하는 총선의 경우에 투표율이 더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미안하게도 강남 지역이라도 한나라당에서 더 나올 표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연령별 투표 성향이 그즈음에는 더욱 강화되고, 야당의 단일화가 더 돌풍처럼 불면 어떻게 될까?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상징되는 강남갑은 몰라도, 15% 표 차이밖에 나지 않은 강남을의 경우는 알 수 없게 된다. 물론 총선은 누가 나오느냐, 어떤 분위기냐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급이 강남 을에 나온다면 상황은 알 수 없다. 이게 지금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본당에서 맞고 있는 위기이다. 2040이라는, 나는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숫자로 부르는 이 연령대에서의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고등학교, 중학교, 이렇게 밑으로 내려갈수록 생겨나는 현상이다.
한나라당은 지금도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내가 보는 데이터로는,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강남갑과 강남을의 경계, 부산과 대구 사이의 어느 경계로 작아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작아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게임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