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자 못내는 한계기업 비중 '역대 최대'…성장성은 비교적 선방
by하상렬 기자
2023.10.25 12:00:00
한국은행,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
작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 42.3%
금리인상으로 이자율 큰 폭 증가한 영향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15.1%↑…역대 세 번째 높아
총자산증가율 9.7%, 역대 두 번째 규모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난해 국내 기업 실적이 2021년에 비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4곳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성장성도 전년대비 하락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단 높은 수준을 보여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91만206개 국내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부담을 나타낸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이 42.3%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 대부분(34.7%)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이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4곳 이상 되는 셈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6월 ‘2022년 기업경영분석 속보치’를 발표한 바 있다. 속보치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 3만129곳만 조사한 결과다. 이날 발표한 결과는 국세청 법인세 신고 기업 중 비금융 영리법인을 중심으로 전수조사한 것이다.
한계기업이 비중이 늘어난 것은 작년 금리인상 여파다. 이자율 인상으로 전체 기업 이자보상비율은 348.6%로 2021년(487.9%) 대비 하락했다. 다만 이자보상비율 100~300% 기업과 300~500% 기업 비중은 늘었다. 각각 16.3%, 7.2%로 2021년(14.2%, 7.1%) 대비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좋은 기업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더 나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있었다”며 “작년 금리인상으로 분모인 이자율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자보상비율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은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2021년 대비 줄어든 영향도 있다. 다만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나은 수준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매출액 증가율이 15.1%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증가율을 보였던 2021년(17.0%) 대비 소폭 줄었으나, 2년 연속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 통계편제 시작 이후 역대 세 번째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비제조업 매출액이 각각 15.1%, 16.2% 증가했다.
제조업은 석유정제·코크스, 자동차가 각각 66.9%, 14.9% 늘어나며 성장을 주도했다. 석유정제·코크스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해 전년(49.3%) 대비 급증했다. 자동차도 친환경차 중심의 해외수출이 증가해 전년(11.7%)보다 증가했다. 비제조업의 경우 전기가스업이 47.5% 늘어났다. 전기가스업은 판매단가 상승, 제조업가동률 증가로 판매량이 증가해 전년(13.7%)보다 크게 늘었다. 기업규모별로 봤을 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각 15.5%, 14.4% 매출이 늘었다.
총자산증가율은 9.7%를 기록했다. 전년(12.7%)보다 하락했지만, 증가세가 이어졌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7.5%, 11.0% 늘었다. 매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제조업은 매출채권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매출채권 증가율은 2.4%로 2021년(16.5%)보다 급감했다. 비제조업은 현금성 자산이 -3.5%를 기록해 2021년(23.9%)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다.
매출영업이익률은 3.5%로 2021년(5.6%)보다 축소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4.2%)에 비해 소폭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5.7%, 3.6%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세전순이익률은 4.6%를 기록해 마찬가지로 역대 1위를 기록했던 2021년(6.5%)보다 낮아졌지만, 2019년(3.7%)보다 높았다.
반면 안정성 지표는 2019년과 비교해도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작년 122.3%를 기록해 2021년(120.3%) 대비 올랐다. 차입금 의존도(차입금과 회사채를 총자산으로 나눈 값)는 30.2%에서 31.3%로 높아졌다. 이는 한국전력 등 일부 전기가스 부문 기업의 대규모 영업손실과 차입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전기가스 기업의 부채비율은 269.7%로 2021년(183.6%) 대비 급증했다. 제조업의 경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77.0%, 22.1%로 2021년(78.6%, 22.6%)보다 낮아졌지만, 비제조업은 164.0%, 36.9%로 2021년(158.2%, 35.0%)보다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