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총선 불출마 선언 "소방관으로 돌아갈 것…고개숙여 감사"

by이상원 기자
2023.04.10 11:31:04

오영환 민주당 의원 기자회견
"소방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마음 변한 적 없어"
"`책임 인정`이라는 물음에 내려놓음이란 답 내려"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경기 의정부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이날 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사진=뉴스1)
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22대 총선을 1년 앞둔 날로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며 “제 소망,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 소방관 출신이다. 10년에 가까운 현장 소방관 경험에 비춰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하겠단 선택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3년 전 저의 소방관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는 2019년 독도 앞바다에 추락한 동료 소방관을 수색하는 일이었다. 당선 이후 제가 처음 찾은 건 저의 동료들과 많은 순직 소방관이 묻힌 국립묘지였다”며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했다. 그 약속처럼 21대 국회에서 생명안전을 위한 의정활동을 했고 많은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복된 대형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개정안을 냈고 현장에서 극도의 위험과 유독물질에 노출되는 소방관들이 질병을 입었을 때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개정안도 이뤄냈다”며 “감히 혼자 힘으로 이룬 일이라고 할 수 없었고 영광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비극과 절망도 뒤따랐다”며 “매년 현장에서 동료들이 쓰러졌다. 급류에 휩쓸린 젊은 소방대원, 후배를 내보낸 채 나중에 (주검으로) 발견된 소방관의 영결식 등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오 의원은 “21대 국회는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삶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에,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신뢰를 줬는지 이제 돌아봐야 한다”며 “오늘날 우리 정치는 민생 경제와 국민 고통 속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조차 방탄이란 이름으로 매도한다. 작은 양보와 타협조차 쉽지 않다. 대화를 거부하고 수사만 들이미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고집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2020년 이후 국민이 바라본 국회 역시 국민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오로지 진영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국민께서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극한 갈등 속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설득을 조정하는 정치 역량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오 의원은 “오늘날 또다시 정치개혁이 화두가 됐다”며 “그러나 책임져야 할 이가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이가 사과하지 않는 기득권이 우리 정치 사회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다. 책임 인정의 말 없이 말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국민이 묻고 있고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란 답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임무를 맡은 자리에서부터 저는 반드시 소방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결심했다”며 “고심해왔지만 단 한 순간도 돌아간다는 마음이 변한 적 없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많은 선배, 동료 국회의원의 공감과 협력,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이뤘다”며 “의정부 시민 여러분이, 정치가 저에게 기회를 줘서 이룰 수 있었던 값진 시간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윤 대통령께 한 말씀 고하고 싶다”며 “진정 국민, 삶, 국가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제 그만 손에 든 칼을 내려놓으라. 이전 정권을 수사하는 칼날은 결코 성공한 정부의 요건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됐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재난안전특별위원장과 원내대변인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