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EU·日 손잡고 '반도체 공룡' 탄생에 제동

by김형욱 기자
2018.01.18 12:00:00

"퀄컴, NXP 인수하려면 일부 특허 매각해야" 시정조치

퀄컴·NXP 로고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유럽, 일본 반독점 당국과 손잡고 반도체 공룡 탄생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18일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이 바람대로 NXP를 인수하려면 NXP가 보유한 NFC 표준필수특허와 시스템 특허 등을 매각도록 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퀄컴은 지난 2016년 10월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를 인수키로 했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핵심 반도체인 베이스밴드 칩셋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2016년 LTE 세계시장 기준 56.4%)를 유지하고 있다. NXP는 근거리무선통신에 쓰이는 NFC칩과 그 보안요소 칩·운영체계 시장을 장악(세계 시장점유율 70% 전후)하고 있는 회사다.

두 회사가 합치면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퀄컴은 NXP를 인수하고자 무려 470억달러(약 50조원)를 투입기로 했다. 반도체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액이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퀄컴이 NXP 인수로 NFC·보안요소 칩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이 분야에 대한 독과점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퀄컴은 안 그래도 불필요한 특허까지 묶어 파는 ‘특허 우산’을 구축해 각국 반독점 당국과 갈등을 빚어 왔다. 공정위도 재작년 1조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NXP는 퀄컴보다는 로열티 수익 추구에 적극적이지 않다.



퀄컴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경쟁사를 배제해 나간다면 모바일 시장 전체의 혁신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등 각국 반독점당국의 시정조치 명분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NXP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NFC칩의 응용 방식에 대한 표준필수특허와 시스템 특허는 제삼자에 매각도록 했다. 나머지 NFC 특허 역시 인수는 허용하되 특허권 행사는 못 한다. 경쟁사에 차별적 사용 조건도 요구할 수 없다. NXP 사업을 기존 퀄컴 사업과 연계해 시장에 압력을 가할 여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쟁·구매사가 요청 땐 MIFARE 기술 라이선스도 제공토록 했다. MIFARE란 대중교통 승차나 출입관리 때 사용되는 NXP의 인증기술이다. 2016년 나온 보안요소 칩의 40%가 MIFARE를 탑재했고 그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공정위는 특히 이 시정조치 과정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와 공조하는 방식으로 퀄컴을 압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의 NXP 인수가)모바일 산업의 핵심 기술에 대한 경쟁을 막으리란 우려를 근본적으로 풀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퀄컴은 2016년 기준 LTE 베이스밴드 칩셋 시장에서 109억달러(약 11.6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점유율 56.4%를 기록 중이다. 미디어텍(39억달러·20.4%), 삼성전자(005930)(22억달러·11.2%)로 뒤쫓고 있다. NFC칩 시장에선 NXP가 2억900만달러로 74.6%를 기록 중이며 삼성전자가 4300만달러(15.4%)로 뒤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