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타트업 파산, 전년比 60% 급증…"대량 해고 우려"
by방성훈 기자
2024.08.19 15:07:45
올해 1분기 VC 지원 기업 254곳 파산…5년전의 7배
위워크·카페인·올리브·콘웨이 등 유명 기업도 예외없어
연준 금리인상에 VC투자 급감…그나마도 AI에 몰려
투자 반환 실패도 영향…2021년 조달 기업 중 9% 불과
파산 기업 증가시 대규모 해고→美경제 악화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파산하는 사례가 작년보다 60% 급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1~2022년 기술 붐으로 모은 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쪼그라든 탓이다. 그나마 진행 중인 투자도 인공지능(AI) 부문에 집중,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백만 일자리가 위협에 노출돼 미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 대상 서비스 제공업체인 카르타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이 지원하는 기업, 즉 스타트업 가운데 254개가 올해 1분기(1~3월)에 파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작년 1분기(161개)보다 58% 증가한 것이다. 관련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9년과 비교하면 7배 이상 급증했다고 FT는 설명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금융기술 회사인 톨리(Tally)가 지난주 파산했다. 신용관리도구 제공업체인 이 회사는 올해로 9년차를 맞이했으며, 2022년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8억 5500만달러(약 1조 1400억원)로 책정됐다. 당시 톨리는 안데르센 호로위츠(이하 안데르센)와 클라이너 퍼킨스 등 VC로부터 1억 7000만달러(약 2266억원)를 모금했다. 톨리의 설립자인 제이슨 브라운은 링크드인에서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수조원에 달했던 유명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160억달러(약 21조 3312억원) 규모 부채 및 자본을 조달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대표 사례다. 2021년 상장까지 했지만 2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또다른 유명 라이브 스트리밍 웹사이트 카페인(Caffeine)은 폭스, 안데르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산하 사나빌 인베스트먼트 등 ‘큰 손’ 투자자들로부터 2억 5000만달러(약 3333억원) 이상을 모금했으나 결국 문을 닫았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리브(Olive) 역시 2021년 기업가치가 40억달러(약 5조 3332억원)에 달했으나 파산했고, 2022년 38억달러(약 5조원)의 평가를 받았던 운송업체 콘웨이(Conway)도 같은 길을 걸었다.
연준이 2022년부터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 검토가 깐깐해졌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의 신규 자금 조달 환경은 팍팍해졌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전년대비 29.5% 감소한 1706억달러(약 227조 4780억원)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로금리 및 미 정부 지원금 등 유동성이 넘쳐났던 2021년과 비교하면 50.9% 쪼그라든 것이다.
투자 대상 스타트업들로부터 기대만큼 수익을 회수하지 못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카르타에 따르면 2021년 벤처 펀드 가운데 최종적으로 투자자에 대한 자본 반환이 이뤄진 비율은 9%에 그쳤다. 2017년 25%와 비교하면 대폭 낮아진 수치다. 이에 따라 마지막 자금조달 라운드 이후 2년 안에 다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 수도 크게 줄었다. 아울러 투자 대부분은 AI 분야에 몰리고 있다. 올해 투자금 가운데 4분의 3이 AI 스타트업에 지원됐다고 카르텔은 전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파산하면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이 지원하는 미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400만명에 달한다. 은행은 “파산 증가세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미 경제의 나머지 부문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