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정 불안 우려…에너지·곡물값 상승 충격 대비해야"

by공지유 기자
2022.02.16 13:37:54

김흥종 대외경제정책硏 원장, 퓨처스포럼 초청 강연
"극적 타결 없을 땐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할 수밖에"
"우크라 곡물생산 차질 땐 중동·북아프리카 정정 불안"
"공급망, 중장기적 위기…경제안보·통상 결합해야"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이 커지면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2022년 세계경제 전망과 신통상환경’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1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 강연에서 최근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지정학적 불안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지만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곡물 수출 차질에 따른 불안이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미국 UC버클리 방문학자,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김 원장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극적인 타결이 없을 경우 10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현실화를 미뤄왔기 때문에 더 급격하게 에너지 가격을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의 곡물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우크라이나는 아르헨티나 팜파스, 북미 프레리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힌다. 전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중국,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 곡물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아랍의 봄’ 사태도 빵값이 오르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세 불안이 커지면서 전 세계가 또 한 번 어러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최근 현안인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서는 세계가치사슬(GVC)에서 공급망(GSC)으로 초점이 옮겨지며 변화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과거는 부가가치 창출이 초점이었다면 글로벌 위기를 겪은 후 안정적 공급망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주요국이 핵심기술과 부품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공급망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기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과제가 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경제 안보와 통상을 결합하는 깅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첨단제품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흐름에 대해 김 원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미국의 경우 개도국과 달리 경제 회복세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같이 금리를 빨리 올릴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2022년 세계경제 전망과 신통상환경’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이전까지의 경제위기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달리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2차 세계대전 때는 공급능력이 다 파괴돼 빠른 회복이 어려웠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용위기였기 때문에 수습이 어려웠다”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닫고 경제활동을 멈추자고 합의를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경제가 빠르게 침체됐긴 했지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타격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복 역시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김 원장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정도였던 상황이어서 경기 둔화 이후 회복되는 기울기가 가팔랐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는 기울기가 낮은 상황에서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설정한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목표가 버겁긴 하지만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중국과 인도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나라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보다 40% 감축을 이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상당히 힘든 목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친환경 쪽으로 (국가의 가용)자원을 몰아가고 그린펀드가 조성되게 하기 위해서는 기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사회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고 과학기술을 발전하는 방식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두기 위해서라도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