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 키운다…3~8兆 규모별로 증권사에 차등혜택

by송이라 기자
2016.08.02 14:00:00

8조 이상 증권사, 종합금융투자계좌·부동산 담보신탁 허용
발행어음·새로운 건전성 규제 적용 등…법인지급결제는 빠져
금융위 "10조원 이상 IB로 가는 중간단계"

자기자본 수준별 인센티브 제공 방안 (표=금융위)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기 위한 당근책을 빼들었다. 기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까지 늘릴 때마다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수준을 3조 이상~4조 미만, 4조 이상 8조 미만, 8조 이상으로 분류해 새로운 업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에는 발행어음과 레버리지 규제 완화를 적용하고 8조원 이상인 종투사에는 유일하게 원금을 보장해주는 종합금융투자계좌 운영과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 등이 추가로 허용된다.

금융위는 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정부는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해 일정요건을 갖춘 증권사에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했지만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도 우리 증권업은 여전히 ‘중개업’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 중심의 종합 기업금융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과 벤처캐피탈 중심의 자금공급만으론 혁신형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나 자금공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 수준별로 증권업에 다양한 신규업무와 규제개혁을 실시키로 했다. 우선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허용한다. 4조원 이상 종투사에 만기 1년 이내의 어음(발행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단 이 자금은 기업금융 의무비율을 설정해 기업금융 확대에 우선 사용해야 하고 발행인의 지급여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발행총량을 일정 수준까지 제한한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금전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nvestment Management)’는 8조원 이상 종투사에게만 허용한다. 종금형 CMA처럼 예금자보호는 제공하지 않지만 증권사가 원금 지급의무를 지고 운용수익은 사전 약정에 따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사실상 원금보장 상품이다. 발행어음에 비해 세부적인 운용규제를 받는 대신 양적 한도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그동안 위험인수 기능을 과도하게 제약했던 규제들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3조원 이상 종투사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금융 업무 특성을 감안한 별도의 순자본 비율체계(NCR-II)를 적용해 만기가 긴 자금공급에 대해 건전성 규제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또 신용공여 한도는 기업 신용공여만 따로 떼내 자기자본 100%로 확대한다. 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새로운 건전성 관리장치를 구축키로 했다. 조달과 운용간 만기 미스매치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별도의 유동성 관리 지표를 도입한다.

신규업무도 대폭 확대한다.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중개 업무를 허용하고 기업 고객과의 현물환 매매 업무를 허용하는 등 기업금융 관련 외국환 업무를 확대하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한해 현재 은행에만 겸업이 허용돼 있는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일부 허용키로 했다. 글로벌 사업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국내기업의 해외 인프라사업을 주관하고 정책금융기관·한국투자공사(KIC) 등이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컨대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체계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정책금융기관·KIC 등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를 주관하는 경우 성장사다리 M&A 펀드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재무적 지원에서 나설 방침이다. 다만 그동안 유력한 혜택으로 논의돼 왔던 법인지급결제 기능은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이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IB 등장을 목표로 종투사의 지속적 대형화를 유도하는 중간단계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자금조달·운용 양 측면에서 활발한 기업금융업무 수행을 가로막던 요인들을 대폭 완화해 자본시장의 기업금융 기능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며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한 증권사들은 여러 기업금융 인센티브를 활용해 대형화가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추가적인 대형화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준비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