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수건도 다시짠다’ 제약업계 생존전략 백태

by천승현 기자
2012.02.14 16:21:29

새 수익원 발굴·구조조정·예산 절감등 대책 강구중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올해 예고된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 구조조정, 예산 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의 약가를 평균 14% 인하하는 새 약가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약가인하를 앞두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13일 바이오업체 안지오랩으로부터 비만치료 천연물신약을 도입했다. 한독약품은 최근 바이오업체 제네릭신과 바이오신약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동아제약, 유한양행,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도 최근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화이자의 복제약 생산과 허가를 대신 맡아주기로 했다. 다국적제약사와 좀처럼 제휴를 하지 않던 종근당이 로슈와 손 잡고 '타미플루' 등의 판매계약을 맺은 것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 차원이다.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 확대를 꾀하는 업체도 많다. 일반약은 건강보험 의약품과는 달리 식음료와 같이 제약사가 공급가를 조정할 수 있다.

동화약품은 까스활명수의 공급가를 내달부터 4년만에 480원에서 550원으로 15% 인상키로 했다. 올해 초 일동제약은 아로나민골드와 아로나민씨플러스의 공급가를 10% 올렸고, 광동제약도 우황청심원의 가격을 20% 인상했다. 태평양제약은 캐토톱의 공급가를 5% 인상했다.



해당 제약사들은 "생산원가의 인상으로 일반약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 만회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평가다.

예산 절감을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말 전 직원의 25%에 달하는 1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노피아벤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다국적제약사들도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약가인하를 대비하고 있다.

국내 상위제약사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진행하지 않는 대신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상당수 업체들은 올해 채용 계획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관리비 축소 움직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 업체는 마케팅 부서에서 관리하던 임상 비용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개량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예산은 개발부에서 담당하되, 연구자 임상 등과 같은 프로모션 차원에서 지원됐던 예산을 최소화하는 '허리 띠 졸라매기' 전략이다.

한미약품이 최근 본사 연구소장을 북경한미 연구소장으로 발령내면서 한국과 중국간의 R&D 네트워크를 강화한 것도 예산 절감 차원의 성격이 짙다. 인건비와 연구 재료 비용이 국내보다 훨씬 적은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신약개발 속도도 내고 예산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연구개발비는 예산이 부족하다고해서 단숨에 줄일 수 없는 분야다"면서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능한 모든 분야에 걸쳐 예산을 절감하면서 실적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