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재테크)북한 꺼꾸로 보기
by이상진 기자
2007.05.29 17:56:22
[이데일리 이상진 칼럼니스트] 지난 17일 종전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 철도가 시범 개통되었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드디어 우리 민족끼리 평화 공존하는 새시대가 도래했다”고 환영할 수도 있고 “본격적으로 `묻지마 퍼주기`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냉전 시대의 괴기하고도 불행했던 구조가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사이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우리 주식시장에 이슈가 되었던 북한 문제를 이제는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정치적 변수는 제거하고 경제적 측면, 나아가 우리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먹구구’ 식이나마 일단 점검해 보자.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라면 우선 비용 부담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만약 통일이 된다면 막대한 통일비용이 우리경제에 파국을 가져다 줄 것으로 공포스러워한다. 사실 독일 케이스를 본다면 그리 틀린 짐작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통일은 먼 훗날로 치부하고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남북한이 보다 광범위한 경제교류를 시작한다면 우리 경제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초창기 몇 년에는 남한의 일방적인 원조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북한이 경제 개발에 필요한 원자재를 받기 위해서도 항만이나 철도, 도로, 배전시설, 공장부지 개발 등에 최소한 5조에서 10조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투자에는 리턴이 있기 마련이다. 북한 경제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결코 “Sunken Cost(효과 없이 사라지는 투자)”는 아니다.
우선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다면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입하는 비용이 0.4% 정도 절감된다. 현재 외채 규모(논란의 여지는 있지만)로 계산하면 한해 10억 달러(9300억) 내외가 된다.
게다가 국가 브랜드 제고로 인한 우리 제품의 가치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이 대규모로 개발되어 값 싼 토지가 제공되면 공장 건설 단가가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고 여기에 북한의 양질의 저임 노동력이 투입되면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남한의 부동산 가격 안정과 임금 상승을 억제해 반사적 이익을 우리 경제에 줄 수 있다.
한편 북미가 수교하고 미국이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상당한 원조에 나설 경우 북한도 소비주체로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장미 빛 시나리오대로 풀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아무리 퍼 주어도 남는 장사’ 는 아닐지라도 짭짤한(?)장사가 될 것 같다. 조금 거친 표현을 쓴다면 한국판 ‘서부개척’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가는? 워렌 버핏이 한국 기업을 칭찬하고 날쌘 헤지펀드 돈들이 최근 한국에 몰려오는 이유가 ‘북한 변수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