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이후 전세계 자금 3분의 1 흡수…고금리 탓”

by김윤지 기자
2024.06.17 13:41:30

블룸버그, IMF 의뢰 분석
고금리·정책 영향…대중국 투자 반토막
"대선·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은 변수"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이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자본 3분의 1을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FP
17일 블룸버그통신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대외 투자금의 30% 이상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의 평균 비중은 18% 수준에 불과했다.

달러의 지배력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미국 금리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재생 에너지와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고자 미국 정부가 내놓은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각종 보조금 정책도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법에 따라 삼성전자가 64억달러(약 8조8000억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 텍사스주에서 총 440억달러(약 60조7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강한 경제는 전 세계 자본을 점점 더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미국의 강한 성장세를 이유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 초 전망 대비 0.2%포인트 높은 2.6%로 올려잡기도 했다. IMF에 따르면 2021~2023년 미국은 순유입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에 달하는 해외 자본 유입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중국 등 신흥국에 자본이 쏟아졌던 것과 비하면 대조적 흐름이다. 지난해 신흥국에 대한 FDI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로,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IMF에 따르면, 국경 간 자본 흐름 총액에서 중국의 비중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7% 수준이었지만 2021~2023년 3%로 감소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중국에 대한 FDI는 4개월 연속 둔화된 데다 1~4월 넉 달간 중국에 대한 FDI 규모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감소했다. 현재 최저 수준인 금리로 인해 중국 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현지 기업들이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외화를 사들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조너선 포튼 경제학자는 “큰 손인 미국이 모든 주목을 받으면서 신흥국으로의 자금 흐름이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향후 미국의 금리 경로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반도체 법과 같은 조 바이든 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을 되돌릴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올해 말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치솟는 부채,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역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분석기관 TS롬바르드의 그레이스 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정치적 불협화음 탓에 선거 결과에 대한 존중, 법치와 정부 기관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 관점에서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규제의 명확성에 힘입은 법치가 우세할지가 관건”이라면서 “이는 탈달러화 추진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