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3.02.24 16:00:31
디엔에이링크에 거액 베팅한 적자기업들
소액주주 경영권 분쟁에 중도 개입
신뢰 상실한 소액주주들 불안감 고조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최근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기업 일각에서는 경영쇄신을 요구하던 소액주주연대의 주도권이 중도 개입한 코스닥 기업들에게 넘어가는 ‘기묘한 주객전도’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주도권을 내어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돌발 개입한 기업들이 ‘코스닥 사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디엔에이링크(127120)는 내달 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임시 주총의 주요 안건은 경영진 교체로, 기존 회사 경영진과 소액주주연대가 치열한 표대결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양측은 모두 개인 소액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주총 표결을 앞둔 주주들 사이에서는 일대 혼란이 이는 모양새다. 경영진을 비판해온 기존 소액주주들 틈에 최근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외부 법인들이 개입해 주주연대의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나, 갑작스레 개입한 외부 법인들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은 상태다.
디엔에이링크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현재 주주연대 측 주도권은 천무진씨와 일부 법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의 경영권 참여 목적 대량보유 공시에 오른 외부 법인은 총 7개사로, 전체 대량 보유 공시 지분율(22.12%) 중 법인들이 보유한 지분만 9.72% 수준이다.
해당 법인들 중 지분들 많이 보유한 두 회사에서는 특이점이 엿보인다. 코스닥상장사인 자동차부품업체 우수AMS(066590)와 그 자회사(총 3.73%), 광통신 부품 제조업체 라이트론(069540)(3.49%)의 경우다. 라이트론 측은 순수 투자 목적으로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매입했다가 소액주주연대에 동참하게 됐고, 다른 법인들에 대해 알지 못해 일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집중 매입한 라이트론과 우수AMS 사이에는 상당한 연대관계가 있었다. 경영 관련 주요 직위에 인적 교류가 잦았다. 라이트론의 박찬희 대표이사는 지난해 5월까지 약 3년간 우수AMS의 관계사인 우수정기의 등기이사를 맡았다. 또 라이트론의 경영고문 부회장은 우수AMS의 경영고문 부회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경영진 구성상 교류가 높은 두 기업이 함께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두 회사 모두 재정적 안정성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상태임에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바이오기업 지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우수AMS는 연결 기준 지난 2020년부터 적자 기조가 계속 이어졌고, 지난해 3분기에도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금흐름도 대체로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됐다. 자회사인 우수AMI의 경우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본금이 마이너스 7억4578만원 수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시기에 손실만 20억대에 달해 지속적으로 적자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우수정기의 경우 부채비율이 4200%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우수AMS 및 관계사는 디엔에이링크 지분을 3% 매입하는 데에 1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동원했다. 세부적으로는 우수AMS가 디엔에이링크 지분의 0.61%를, 우수AMI가 2.56%, 우수정기가 0.56%를 매입했다.
디엔에이링크 지분 매입에 30억원의 자금을 쓴 라이트론의 경우에도 재정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 2021년까지 연이어 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들어서야 적자에서 일부 벗어났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억원, 당기순손실 8억6000만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라이트론의 조정영업현금흐름(OCF)이 2억원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 재정 여유가 상당히 한정적인 상황에서 거액을 베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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