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국 SPC의 민낯…사업장 86% 안전 위반에 12억원 임금 체불(종합)

by최정훈 기자
2022.12.27 15:45:13

고용부, SPC그룹 내 18개 계열사 대상 기획감독 결과
20대 여성 근로자 끼임 사망 직후에도 86% 안전 위반
건강 보호 없는 야근에 12억원 임금체불도…5건 사법조치
SPC “좋은 일터 만드는 계기 삼을 것…조속히 후속조치”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20대 여성 근로자가 SPC 계열사 제빵공장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SPC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산업안전과 근로기준 분야에 대한 감독을 벌인 결과가 공개됐다. SPC 계열사들은 사고 직후에도 86%의 사업장에서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해 산업안전 관련 다수의 법 위반이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SPC 계열사는 건강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과도하게 근무를 시키는 행태가 적발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12억원의 임금도 체불한 사실이 확인됐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SPC그룹 반노동 반인권·산재사망 해결 촉구 국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SPC그룹 내 계열사에서 식품 혼합기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등 연이은 기계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착수한 SPC그룹사 전체에 대한 기획감독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SPC그룹 18개 계열사 58개소에 대한 기획 감독한 결과다.

앞서 지난 10월 15일 SPC 계열사인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냉동 샌드위치 소스를 혼합하는 기계에 끼여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공장 내부에서 천막을 치고 작업 재개한 것이 드러나고, 또 다른 SPC 계열사인 샤니 공장에서도 작업 중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연이어 발생하면서 여론의 공분을 산 것이 이번 기획 감독의 배경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감독 결과 SPC그룹 계열사 사업장 곳곳에서는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산업안전 분야의 경우 SPC 12개 계열사 52개소 중 45개소에서 277건의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 중 134건에 대해 과태료 6억1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자율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식품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 등 총 44대를 사용중지 조치하고, 26개소의 대표 등에 대해서는 사법 조치할 예정이다.

이번 감독을 통해 SPC그룹 계열사는 다양한 산업안전 관련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의 원인이었던 위험 기계들은 사고 이후에도 덮게 같은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정비와 같은 작업을 할 때 운전을 정지하는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업장 내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는 없거나, 있어도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또 사업장 내 위험을 사전에 찾고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구성되지도 않거나 있어도 무늬만 존재하는 수준이었다.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도 부족했는데, 이전에 발생한 산재의 발생 원인에 대한 기록도 보존하지 않고, 정부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도급 시 수급인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계상해야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1억5000여만 원을 계상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SPC그룹 계열사의 문제는 산업안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고용부가 근로기준 분야에 대해서도 총 15개 계열사 33개소를 대상으로 감독을 벌인 결과 임금 체불 등 법 위반이 다수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독 결과, 고용부는 총 12억이 넘는 체불임금과 116건의 노동 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시정지시 101건, 과태료 부과 10건, 총 7260만원, 즉시 사법 처리 5건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 대상 근로기준 분야 기획감독 결과(자료=고용노동부)
대표적인 위반 사례로는 건강 보호 조치 없이 과도하게 근무를 시킨 것이 있다.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킬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정부로부터 인가받고도 의무 사항인 건강 보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과로에 시달리게 한 것이다. 또 정부 인가도 없이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연장근로수당이나 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총 12억원이 넘는 임금도 체불했다. 거기다 출산 후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기도 하고, 배우자에 대한 출산휴가도 제대로 부여하지 않는 등 모성보호와 관련한 위반 사항도 다수 확인됐다. 그 외에도 일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하거나 서면 근로조건 명시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SPC그룹 계열사의 전국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했고, 다른 사업장의 특별감독과 비교했을 때 결코 약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근로기준과 산업안전 모두 기소의견 송치에 방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감독 결과에 대해 SPC 관계자는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철저히 개선하여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며 “조사 수검과 동시에 개선을 시작해 산업안전 관련 99%, 근로감독 관련 80%에 대해 이미 조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사안들도 조속히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