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고개 숙인 경찰청장 "읍참마속 각오로 진상 규명"

by이소현 기자
2022.11.01 12:39:47

사고 발생 나흘 만, 윤희근 경찰청장 브리핑
사고 당일 다수의 112신고 확인…현장대응 '미흡' 인정
강도 높은 감찰·수사…경찰청 독립적 특별기구 설치
거취 표명 없어 "현안 해결·대책 마련 급선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수사를 위해 경찰청에 전례 없는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치안 책임자로서 사퇴 여부 등 거취 표명은 뒤로 미루고 이번 사고 대응에 대한 고강도 감찰과 신속한 수사로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윤 청장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청장은 이번 참사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수의 112 신고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실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112신고는 지난달 29일 사고 당일 오후 6시에 처음 접수됐으며, 오후 9시부터 폭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70~80%는 교통과 관련된 내용이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급박한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청장은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112 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고강도 감찰을 예고했다.

윤 청장은 이번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청장은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 규명에 임하겠다”며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특별기구는 경찰청에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수사 대상 범위 등과 관련해서는 개정된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경찰의 수사 권한 범위”라며 “서울경찰청이 아닌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전례 없는 특별기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거취를 둘러싼 질문이 나왔지만 입장 표명은 없었다. 윤 청장은 “우선 현 상황에서 현안 해결과 사고 수습,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며 “나중에 결과 나왔을 때 어느 시점이 됐건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을 사전에 배치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데엔 “사전에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는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뉘앙스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경찰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다중의 운집 상황에 대한 경찰 또는 지자체 등의 권한과 역할 책임에 대해서 많은 논란과 의견이 있는 것을 안다”며 “향후 전문가 논의 통해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청장은 이번 계기로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부터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며 “나아가 향후 범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