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내년부터 노인·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권고(종합)

by김소연 기자
2019.05.03 12:34:39

노인·중증장애인 외 대상자는 단계적 추가폐지 권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시 최대 1조원 예산 소요 전망
노사정 합의문 도출엔 실패…"예산당국 우려 때문"
생계급여 수급자 기준 완화…현 기준서 단계적 상향

장지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S타워 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9차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빈곤문제 완화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 권고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내년부터 생계급여 수급자가 노인·중증장애인이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을 권고했다.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가족을 돌보지 않음에도 관련 규정 때문에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3일 장지연 사회안전망개선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득과 재산이 빈곤 수준임에도 아무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노인·중증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그 외 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심의기구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가 폐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개선위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인·청년 등 취약계층의 빈곤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에 공감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노인 빈곤율은 43.8%(2006년)였으나 10년 사이에 46.7%(2016년)로 2.9%포인트 올랐다. 18~25세 청년 빈곤율 역시 8.5%(2006년)에서 10년 사이에 1.7%포인트 올라 10.2%(2016년)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에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정부 예산당국의 반대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전부 조세로 충당되는 구조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망개선위는 노인·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최소 8000억원에서 1억원까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노대명 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8000억원에서 1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 말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했더니 연구자들이 기존에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은 예산이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노사는 조세를 마련하는 중요한 두 주체로, 노사가 동의하에 이런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이는 정부에게 주는 중요한 메세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이와 같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안전망 개선위는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사회안전망 개선위는 “생계급여의 기준 중위소득 산출 방식을 개선하고 현행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인)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권고했다.

또 자동차 등 재산의 소득환산율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동차의 소득환산율 100%로 일반 재산 소득 환산율(4.17%)이나 금융 재산 소득 환산율(6.26%)보다 높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등급제 폐지로 장애인 수급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빈곤 가구의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해 주거급여의 급지별 기준 임대료를 현실화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문은 저소득 청년층 지원 대책으로 주거급여의 청년층 특례 제도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그외 △노인·청년 빈곤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 △노인 일자리 기반 강화 △청년 주택 사업 및 공공 임대주택 사업 확대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청년을 위한 구제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번 권고안은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에 상정되게 된다. 경사노위는 이번 권고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사회안전망 개선위는 오늘부로 논의를 종료하고 이 결과는 운영위에 상정된다”며 “경사노위는 대통령자문기구로서 경사노위법에 따르면 협의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