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향·갯내음 가득한 남도의 멋 …전남 무안

by강경록 기자
2013.08.13 16:28:23

무안 송계마을의 갯벌체험 현장. 마을 주민이 갯벌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무안 낙지를 ‘삽’으로 잡는 모습이다.
무안 낙지를 잡아 올린 여행객의 모습. 송계마을에선 갯벌체험, 어패류잡기체험, 어장체험, 갯바위낚시체험 등을 근간으로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하는데, 여름에는 갯벌체험과 갯바위낚시체험이 주로 진행된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8월의 회산 백련지. 뜨거운 해를 연잎으로 가린 두 여인이 탐방로를 걷고 있다.
연꽃 감상의 출발점은 ‘연풍연가’. 백련지 초입에 조성된 목조 탐방로다. 연인들이 연꽃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란다. 멸종 위기의 희귀종인 ‘가시연꽃’의 집단군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찜통 같은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의 시작점인 입추도 이미 훌쩍 지난 8월 중순인데도 기상청은 이번 주까지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인지 더위를 피해 너도나도 시원한 계곡이나 산, 그리고 바다로 떠납니다. 이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다시 추스르는 기회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주말은 광복절을 포함해 최대 4일 연휴이니 알찬 여행을 계획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소개할 여행지는 전라남도 무안군입니다. 하얀 연꽃들이 만발한 무안은 해마다 여행객들로 북적거립니다. 검은 갯벌 위에서 신나는 체험이 가득한, 입을 황홀하게 하는 별미가 넘치는 무안으로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나봅니다.

연꽃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졌다. 길 중간 중간에 그늘도 만들어졌다. 그늘에 앉아 푸른 휴식을 누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맑다.
▲여름 내내 연꽃이 피고 지는 회산백련지

방죽에 오르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불국정토가 여기일까. 하얀 연꽃들이 드넓은 연못 위에 총총이 박혀 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 석가가 연꽃 위에서 탄생했고, 마야부인이 몸을 풀 때 오색 연꽃이 피었다는 인연에서 깨달음과 빛, 극락정토를 상징한다. 구릉너머로 해가 솟자 방죽은 온통 연잎들이 뿜어내는 푸른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7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는 연꽃의 절정은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순백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다. 무안 회산백련지는 백련의 집단 서식지다. 절집 인근에서도 보기 힘든 백련이 지천이다. 무릇 깨달음을 얻기 위함일까. 한여름 뙤약볕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회산 방죽은 둘레 약 3km, 면적 약 33만 ㎢(10만평)에 이른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일제시대 저수지로 축조해 사용되던 곳이었다. 인근의 한 주민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그루를 심었는데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은 모습이 흡사 백련이 피어 있는 모습과 같아 그날 이후 정성을 다해 연을 가꾼 것이 해마다 번식을 거듭해 동양 최대의 백련지가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넓은 저수지에 연꽃 중에서도 희귀하다는 백련이 가득 피어나며 여름이 무르익으면 탐스러운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7월이 되면 초록빛 연잎이 덮이기 시작해 고개를 내미는 꽃송이가 어른 주먹만하다. 그러나 백련은 일시에 피지 않고 9월까지 제각각 꽃을 피우므로 한꺼번에 꽃이 만발한 풍경은 보기 힘들다. 백련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돌다리와 나무다리인 백련교는 연꽃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다리 곳곳에는 백련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요염한 자태로 무리지어 피어나는 노란 물양귀비, 멸종 위기에 있으며 보랏빛 꽃잎에 가시가 돋힌 가시연, 앙증맞은 노란 개연, 기름 등잔 위에 띄워놓은 불꽃 같은 애기수련, 순채, 물옥잠, 택사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70여종의 수생식물이 즐비해 눈을 즐겁게 한다. 연으로 숲을 이룬 회산백련지는 철새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백련지에 눌러 앉아 주인 노릇을 하는 물닭, 물닭과 사촌이지만 영역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쇠물닭, 잠수의 달인으로 통하는 논병아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가물치, 우렁이, 청개구리 등등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며 회산백련지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으며 세대를 이어간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83. 061-285-1323.

무안생태갯벌센터의 전경. 무안생태갯벌센터는 갯벌의 가치를 연구하고 알리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설립됐으며 갯벌생태관, 갯벌탐사관, 갯벌학습실, 갯벌탐조대, 생태공원, 야외학습장, 생태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객들이 송계마을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송계마을의 갯벌은 모래로 이우어져 있어 타지역과 달리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가 뜨고 지는 송계마을에선 갯체험을.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의 어촌 마을인 송계마을은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서해 명소다. 드넓은 백사장과 해송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함평의 바다 쪽에서 해가 뜨고, 여름철에는 영광의 산쪽으로 해가 뜬다. 포구 반대편 서쪽으로 가면 칠산바다 쪽의 일몰 또한 장관을 이루며, 매년 1월 1일에는 이곳에서 해맞이 행사와 숭어축제가 열린다. 항상바위는 도리포의 맨 끝에 나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바위섬으로, 썰물 때에만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항상바위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지만, 바위 정상에는 수백년 파도와 바람을 이기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사철나무가 있다.

백사장과 해송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송계마을에서는 바다낚시, 패류 채취 등 바다와 갯벌을 이용하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갯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갯벌체험을 할 수 있지만 이곳 송계마을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갯벌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사계절 내내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타지와는 달리 마을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아가 닭섬에서 체험을 진행한다. 또 갯벌이 모래로 이뤄져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갯벌체험, 어패류잡기체험, 어장체험, 갯바위낚시체험 등을 근간으로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하는데, 여름에는 갯벌체험과 갯바위낚시체험이 주로 진행된다. 체험은 모두 사전예약을 통해 진행되며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갯벌체험은 하루 두 차례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며 매일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체험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체험과 관련된 도구는 모두 마을에서 지급하나 개인용 세면도구와 함께 두꺼운 양말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바 있는 송계마을에서 해맞이와 해넘이, 바다를 둘러싼 해송림과 백사장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담아가면 어떨까. 체험은 유료이며 1인당 2만원이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30-4, (061)454-8737



송계마을 앞 ‘닭섬’ 갯벌에서 만난 ‘바닷 게’. 무안의 갯벌은 해양생태계의 보고라 할 만큼 다양한 종의 동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법:

-버스(고속)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하루 2회 운영된다. 동서울에서는 하루 4회 운영된다. 군내버스 일로읍에서 회산백련지까지는 1일 7회 운영되고 송계마을은 도리포행은 일일 9회 운영된다. (061)454-1040

-자가용:

회산방죽:회산백련지 :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일로읍→회산백련지

송계마을:서해안고속도로→무안광주고속도로 →북무안IC→현경교차로→현경삼거리→수암교차로→ 도리포 방면→ 송계어촌체험마을

무안생태갯벌센터에 설치된 데크.
◇먹을것: 무안은 세발낙지도 유명하지만 ‘백련의 고장’다운 음식들이 지천이다.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연차와 연잎에 각종 재료를 넣어서 쪄내는 연쌈밥은 기본, 시원한 연맥주, 영양만점의 연국수, 국물이 좋은 연라면을 비롯해 백련돈가스, 연근전, 연잎삼겹살말이, 연근전골 등이 있다..

◇볼거리: 무안생태갯벌센터는 갯벌의 가치를 연구하고 알리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설립되었으며 갯벌생태관, 갯벌탐사관, 갯벌학습실, 갯벌탐조대, 생태공원, 야외학습장, 생태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검은 비단이라 불리는 ‘갯벌’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