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1.06.30 15:30:19
재정부 "이게 바로 `하이로드 접근법`"
삼성그룹 "사회적 책임"..정부 정책에 호응
[이데일리 최정희 서영지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는 기자브리핑에서 공식 발표문에는 없던 이야기를 꺼냈다. 박 장관이 한 민간 기업을 언급한 내용은 브리핑이 시작되기 전 직접 파란색 팬으로 적어 추가한 내용이다.
박 장관이 말한 민간 기업은 임직원이 20만4000명에 달하는 삼성그룹이다. 박 장관이 특별히 삼성그룹을 언급한 이유는 정부가 최근 가장 고민하는 `내수활성화`에 삼성그룹이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29일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달 1인당 20만원씩 총 410억원의 국민광광상품권을 지급하고, 추석(9월 12일) 전에 재래시장 상품권을 20만원씩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름유출 피해를 입었던 충남 태안 지역을 돕기 위해 `태안사랑 상품권`도 50억원 가량 구입한다. 올 여름과 추석 전후로 삼성그룹이 쓰는 돈은 100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내수활성화`를 강조하니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직원들이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내놓은 아이디어"라며 "정부 정책방향에 호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정부가 삼성그룹의 내수활성화 동참에 반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박 장관이 주장해왔던 대기업 정책 철학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대기업 정책과 관련 `하이로드(High road) 접근법`을 언급해왔다. 하이로드 접근법은 적발과 처벌보다 윤리와 자율에 맡기는 규제방식으로 상생협력, 동반성장 등의 키워드와 맞물린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삼성그룹의 내수활성화에 대해 "이게 바로 (박 장관이 말하던) 하이로드 접근법"이라며 "관광상품권, 재래시장 상품권은 정부가 하려던 부분과 같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정부와 사전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전혀 아니라는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추진한다는 정책방향을 삼성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일 뿐, 사전조율 없었다. 있었다면 다른 대기업도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