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200만대 시장 '제습기 전쟁' 시작됐다

by이재호 기자
2014.03.25 15:43:47

에너지 효율 높인 인버터 제습기 신제품 출시
생산지·출시시점 놓고 신경전, 과열경쟁 조짐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국내 기후 변화로 제습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시장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술력 우위를 내세우기 위해 ‘최초’, ‘국산’ 등의 수식어가 적극 활용되면서 자칫 과열 경쟁으로 흐를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200만대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에어컨 판매량이 200만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제습기 시장이 에어컨 시장과 맞먹는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제습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기후 변화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제습기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제주도와 부산, 인천 등 바닷가와 인접한 지역에서만 제습기가 판매됐는데 최근에는 전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지하상가 등 습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곳에서 제습기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한 제습기 신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전기요금 걱정 없이 제습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버터 제습기는 모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달성했으며, 기존 제품보다 제습 속도는 20%가량 향상된 데 반해 소음은 오히려 4dB 정도 줄어들었다.

사실상 품질의 차이가 없다 보니 자사 제품의 경쟁 우위를 강조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순수 국내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 휘센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노환용 LG전자 AE사업본부 사장은 “어느 메이커든 제습기를 만들 수 있지만 LG전자는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수한 제습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국산”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위탁생산 방식으로 제습기를 만들어 상표만 부착해 판매하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LG전자의 인버터 제습기는 전량 창원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생산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생산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기준을 충족한 제품으로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글로벌 가전업체가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보다 ‘메이드 바이 삼성’에 주목해야 하다는 것이다.

양사는 출시 시기를 놓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인터버 제습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LG전자 인버터 제습기는 유럽 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로부터 성능을 인정받았다. 공식 인증기관의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 제습기는 LG전자 제품이 최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예약판매 없이 바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최초로 인버터 제습기 판매에 나선다고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은 26일부터 가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에어컨과 달리 제습기는 50만~60만 원대에 불과해 예약판매까지 진행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제품 양산 체제를 갖췄다면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제습기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 인버터 제습기(왼쪽)와 LG 휘센 인버터 제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