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韓 성병 환자 증가세...치료제·진단키트 현황은

by김승권 기자
2023.08.30 15:15:22

일본·한국서 매독 환자 증가...왜
질병청 매독 관리 강화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일본에서 성병 중 하나인 매독 환자 수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성병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매독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세균성 감염병이다.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직접 접촉, 혈액 등을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세계적으로는 매년 600만명 이상이 감염되는 가장 흔한 성병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병 관련 치료제나 진단키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성매개감염병 관련 월간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발생한 7종의 성 매개 감염병 건수는 1만 89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 중인 성매개감염병 7종은 매독,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증, 성기단순포진, 임질, 첨규콘딜로마, 클라미디아 감염증, 연성하감 등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3년 일본 매독 감염자는 8349명으로 기존 최다 감염자 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온 도시는 도쿄로 2052건이 확인됐으며,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올해 신규 매독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매독 등 성매개감염병 동기대비 신고 현황 (자료=질병관리청 월간 소식지 갈무리)
특히 현지에서는 연말까지 1만 7000명 이상이 감염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1220명 대비 1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일본에서는 급작스러운 매독 환자 증가로 병상 확보, 성병 전문의 부족 등 의료 시스템의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또한 매독 환자가 최근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데이터를 보면 국내 매독 누적 환자는 최근 6개월간 20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9건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성병 의심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이들도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성병 진료환자는 269만 227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은 190만 1089명, 남성은 78만 9138명으로 성병 진료환자 중 여성이 70.6%를 차지했다.

성병 질환별 진료환자 현황 (자료=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 의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남성은 성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치료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성들의 경우 신체에 이상이 생기면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담이나 검진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성병 환자가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불특정 다수와의 성관계가 늘어났고 코로나19 방역 규제 이후 급작스러운 개방형 교류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도쿄신문은 최근 일본 성병 환자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이 데이트 앱을 통한 불특정 다수와의 성관계 증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영희 의원은 “일본에서 최근 10년간 매독 환자가 12배 증가하고, 영국은 작년보다 임질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성병이 증가세”라며,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깜깜이’ 성병 질환이 늘어나고 있어 실질적인 교육과 대책 그리고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매독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4급인 매독의 감염병 등급을 3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감염병 관리법이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됐던 다른 감염병 관리에 정부 역량을 적절히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매독은 치료제로 어느 정도 완치가 가능한 질병일까.

매독의 원인균은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으로 이 균은 주로 성 접촉으로 전파되며, 임신한 여성으로부터 태아에게 직접 전파될 수도 있다.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이 성기를 통해 전파되면 1차로 성기 주위에 통증이 없는 궤양이 발생하고, 이 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 발진 등의 2차 매독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잠복 매독으로 남을 수 있고, 잠복 매독은 3차 매독의 형태인 동맥염, 뇌신경 매독으로 진행된다. 3기 매독의 경우 방치되면 심장, 신경 등에 이상이 생겨 실명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매독 치료제 페니실린 제품 (사진=이데일리DB)
그럼에도 매독은 빠르게 치료제를 맞으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매독의 치료제는 항생제의 일종인 ‘페니실린’이 사용된다. 페니실린 과민반응이 있어 페니실린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는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14일간 입을 통해 투여된다.

페니실린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명한 화이자가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이제는 거의 대다수의 제약사가 만들고 있다. 제품 퀄리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진단키트를 통해 스스로 매독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휴마시스, SD바이오센서 등이 매독 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휴마시스는 간염 진단, 에이즈·매독진단 체외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SD바이오센서는 매독, 말라리아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 키트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씨젠은 한 번에 복수의 병원체를 동시 검사하는 멀티플렉스 진단 기술을 활용한 시약을 통해 다중 분자 진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매독에 진단된 모든 환자는 HIV감염을 포함한 다른 성병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이 권장된다.

서울의 한 의료 전문의는 “최근 매독 환자 증가에 따라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성관계 시 피임 기구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고 이상 징후가 생기면 비뇨기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